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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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2008년 12월 27일 풀먼

우균 2008. 12. 28. 00:59
올 연말은 여기 미국에서 지내게 되었다. 풀먼에 도착한지 열흘. 고원지대라고 하더니 눈이 참 많이 온다. 열흘 동안 눈이 오지 않은 날은 도착한 날과 어제, 또 한 이틀 정도니까 60%는 계속 눈이 오고 있다. 지금은 한 15cm는 온 것 같은데, 아직도 눈발이 날리고 있다.

계속 눈이 내리니까 반 강제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밖에 나가기 힘드니까 집안에서 주로 생활하게 되고, 오랫만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생활할 수 있는데, 왜 그 동안 그렇게 바빴는지 모르겠다. 바쁜 것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에 비례하는 것은 아닐까?

여기에 오니 소유하고 있던 것이 1/10 정도로 줄었다. 차도 없고 TV도 없고, 옷 가지, 책, 이런 것들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이런 것들에 대해 신경 쓸 일도 자연히 사라졌다. 생존 전략으로 가지고 온 노트북이 유일한 문명 수단이다. 그러니까 노트북을 켜지 않으면 시간도 자연스럽게 많아진다.

많은 눈 때문에 강제로 휴식을 취하다 보니 기본적인 생활이 생존 문제가 된다. 먹을 것을 사러 움직일 수 없으니 그 전에 미리 먹을 것을 충분히 사 두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들은 아주 유리하다. 빵이나 다른 서양 음식은 장기간 보관하는 것이 힘들다. 그러나 쌀은 장기간 보관할 때 유리하기 때문에, 조리할 수단만 있다면 눈 속에서 생존하는 데에는 빵보다는 쌀이 유리하다.

긴 휴식 동안 여러 좋은 생각을 해야 할텐데, 고작 생각한다는 것이 생존 문제다. 우습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니까 무시할 수도 없다. 아직도 눈발이 날리고 있다. 풀먼에서 맞는 두 번째 주말, 이번 주말은 어떻게 지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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