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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명사나 대명사 등 체언 뒤에 '같이'를 쓸 경우에는 대부분 다음 두 경우 중 하나로 쓴다. 그 사람과 같이 운동했어. 그 사람같이 잘하고 싶어. 이미 답을 눈치챈 분도 있겠지만 1의 예에서 '같이'는 '함께'란 의미로 사용된 부사이며 2의 예에서 '같이'는 '처럼'이란 의미로 사용된 조사이다. 부사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띄어 쓰고 조사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붙여 쓴다. 조사인지 판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앞 말이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인지 판단하는 것이다. 앞 말이 체언이라면 '같이'는 조사이므로 붙여 쓴다. 부사로 사용될 경우에도 '처럼'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므로, 조사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이 판별법이 아주 효과적이다. 선생님같이 하세요. 선생님과 같이 하세요. 선생님과같이 하세요. 3번은 처럼의 ..
컴퓨터 구조의 캐시(cache)나 페이지 테이블(page table)에서 특정 항목을 검색할 때, 이것이 해당 테이블에 있을 수도 있고(hit) 없을 수도 있다(miss). 이때 전자를 hit라고 하고 후자를 miss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에 대한 우리말 용어를 적절히 찾을 수 없었다. hit는 '적중'이라고 부르면 될 것 같은데, miss에 해당되는 단어는 정말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찾은 단어가 바로 '누락'이다. 일반적인 miss의 뜻으로는 적합하지 않을지 몰라도 캐시나 페이지 테이블의 경우에는 '누락'이라고 하는 것이 적합할 것 같다. 물론 조금 긴 어구를 써서 '탐색 성공', '탐색 실패'라고 해도 될 것이다. hit: 적중, 탐색 성공 miss: 누락, 탐색 실패 더 좋은 우리말 용어가 생각나..
잘못하다, 잘 못하다, 잘못 하다, 이 셋을 구별하는 핵심은 (1) "무엇인가를 그릇되게 한 '잘못'"과 열심히 하긴 하지만 (2) "충분한 수준으로 해내지 못하는 '잘 못'"을 구별하는 것이다. 전자(1)가 더 심각한 "잘못"이고 후자(2)는 "잘못"이라기 보다 칭찬해 주어야 할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라면 "잘못하다"로 붙여 쓰고 후자라면 "잘 못하다"로 띄어 쓴다. 잘못하다(doing wrong): 말 한 마디 잘못해서 싸움날 수 있어. 잘 못하다(not doing well): 아무리 연습해도 줄넘기는 잘 못하겠어. (1)의 "잘못하다"는 '불행하게 하다', '적당하지 않게 하다'란 뜻도 있는데, 주로 "잘못하면", "잘못하다가는" 형태로 사용된다. 마지막 잘못 하다는 앞서 설명한 (1)..
한글날 기념으로 순화어 찾기 사이트를 소개한다. 지금 막 이 글을 쓸 때에도 "포스팅한다"라고 적을 뻔했다. https://www.korean.go.kr/front/imprv/refineList.do 국립국어원 축소 확대 다듬은 말 1991년 순화자료집(1977~1991 종합)부터 2002년 순화자료집까지 21,000여 개의 순화어를 종합한 국어 순화 자료집 합본(2003년)과 2004년부터 우리말 다듬기 누리집에서 다듬은 말을 www.korean.go.kr 좋은 우리말이 있어도 굳이 외국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여유가 없어서가 아닌가 싶다. 잠시 우리말을 살펴보고 좋은 말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럴 여유조차 없는 것이 아닐까? 한글날만이라도 조금 여유를 찾아도 괜찮지 않을까?
조사를 구별하는 것은 사실 매우 쉽다.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 뒤에 나타나는 것은 대부분 조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체언 뒤의 '만'은 조사로 붙여 쓰고 그 외에는 띄어 쓰면 된다. 하루 종일 공부만 했다. (조사 '만') 그럴 만도 하다. (의존 명사 '만') 그런데 간혹 체언 뒤에서 의존 명사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 '만'은 시간이나 횟수를 의미한다. 세 번 만에 합격했다. (의존 명사 '만') 십 년 만의 귀국이다. (의존 명사 '만') 이 경우에는 체언 뒤에 나옴에도 불구하고 띄어 써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체언 뒤에 '만'이 나타난다고 해서 무조건 붙여 쓰면 안 된다. 시간을 나타내는 만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이를 '후'로 바꾸어 보면 말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체언 뒤에 나타..
이미 제목에 답이 나와 있어서 맥이 풀리긴 하지만 '해야겠다'의 띄어쓰기는 모두 붙여 쓰는 것이다. 형태소 분석을 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하-여야-겠-다 여기서 '-여야-'가 줄어 '-야-'로 된 것이다. 그러므로 '해야겠다'는 모두 붙여 쓴다. 해야겠다. '-겠-다'를 '-하-겠-다'로 바꾸게 되면 다음과 같이 띄어 써야 한다. 해야 하겠다 두 번째 '하겠다'가 보조 용언이므로 본 용언 '해야'와 띄어 써야 한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하겠다'가 아니라 '겠다'라면 어미로 취급하여 붙여 쓴다.
'지'는 의존 명사로 쓰이기도 하고 '-ㄴ지' 형태의 연결 어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의존 명사로 쓰일 때에는 앞 말과 띄어 써야 하고, 연결 어미로 쓰일 때에는 당연히 앞 말에 붙여 써야 한다. 그런데 의존 명사로 쓰일 때에도 앞에 용언의 활용형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띄어 써야 하는지 붙여 써야 하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다행스럽게도 쉽게 구별하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의미에 따른 구별이다. 의존 명사로 쓰일 때는 시간 경과의 의미로 사용된다. 과거 어떤 일이 있었던 때부터 지금까지의 '동안(period)'을 의미할 때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그 외의 경우에는 연결 어미이므로 붙여 쓴다. 시간 경과의 의미를 확인하려면 '지'를 '후(後, after)'로 바꾸어 써 보면 된다. 바꾸어서 ..
사람과 마찬가지로 말은 살아 있는 것이다. 말은 살아 있는 사람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월이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말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대표적인 예가 아마도 "때" 띄어쓰기인 듯싶다. 내가 어렸을 때는(7080쯤) "이 때", "그 때", "저 때"로 띄어 써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2000년대 후반부터 "이때", "그때"가 맞는 것이 되어 버렸다. 이때 "이때"의 단어 구성은 관형사 "이"와 명사 "때"의 합성어이다. "그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표준국어대사전(https://stdict.korean.go.kr/)에도 그렇게 등재되어 있다(2021년 현재). 다만 주의할 점은 "저 때"는 "저때"로 붙여 쓰면 안 된다. 대신 "접때"가 맞다. 덧붙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