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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조금 전에 라디오에서 '기라성'이라는 말을 들었다. 왠지 마법사가 살 것만 같은 이 '기라성'은 '샛별'에 대한 일본말이다. '샛별'은 우리나라에서 새벽에 볼 수 있는 별, '금성'이다. 금성은 지구보다 태양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볼 수 있는 별이다. 일본에서는 '장래가 촉망되는 어떤 대상'을 가리키는 말로 '기라성'이란 말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일본말이란 사실도 모르고 엉뚱하게 '대가'를 의미하는 뜻으로 '기라성'을 사용하는 것 같다. 지금이라도 고치지 않는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순화해야 할 일본어'를 검색어로 하여 웹에서 검색해 보니 국립국어원의 어떤 분께서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글을 적으신 것이 있다. 쉬운 우리말 쓰기로서의 일본어 순화 정말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제목이다. 일본어 순화를 얘기하면서 그 글의 제목에 일본어투를 사용하고 있다니.... 이오덕 선생님(우리글 바로쓰기)에 따르면 조사 다음에 '의'가 결합된 형태는 명백한 일본어투다. 위 제목에서는 '쓰기로서의'라는 일본어투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글로 다시 적는다면 다음과 같이 적을 수 있겠다. 우리말을 쉽게 쓰기 위한 일본어 순화 '조사+의' 형태로 나타나는 일본어투를 몇 가지 더 적으면 다음과 같다. ~와의, ~에의, ~로의, ~에서의, ~로부터의, ~에로의 왜 '의'를 남발하게 되었는지 내 나름대로 생각해 보..
'기작'이란 말의 '기'는 '기계'라는 단어의 '기'와 같고 '작'은 '작동하다'라는 단어의 '작'과 같다. 결국 "기계작동"을 의미하는데, 우리가 잘 쓰는 외래어 '메커니즘(mechanism)'을 나타낸다. 지금은 어디서 보았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기작'이란 말은 일본어에서 유래된 한자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이것을 모를 때는 어린 마음에 외래어 '메커니즘'보다 '기작'이란 단어를 선호했었는데, 일본어에서 유래된 한자어라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차라리 '메커니즘'이라는 말을 선호하게 되었다. 36년은 분명 짧은 기간은 아니다. 그러나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되돌려야 하지 않을까? 우리 후손들에게까지 수치심을 물려줄 수는 없는 일이다.
아파트 환기장치를 '후앙'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가? 그냥 전문용어라고 생각하고 지나친 그 말이 바로 일본말이다. 영어 'fan'을 '후앙'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우리말을 병들게 하는 일본식 외래어도 있는데, 이것도 역시 책 반납하기 전에 여기 적겠다(참고: 박숙희, 반드시 바꿔 써야 할 우리말 속 일본말). 난닝구 다스 뎀뿌라 도란스 돈까스 레미콘 레자 레지 리모콘 만땅 맘모스 메리야스(madias, 스페인어) -> 속옷 멘스 미싱(sewing machine) -> 재봉틀 백미러(back mirror) -> rear-view mirror(반사 거울, 뒷거울) 보루(board) -> 판지 바께스 빠꾸 빵꾸 뻬빠 뼁끼 삐라 사라다 센치하다 스덴 세라복 아파트(apartment hous) -> 공..
예전에 편지를 보낼 때 쓰는 서식에서 '수취인'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이것은 일본식 한자어라고 한다. 원래 우리말에는 없던 한자어였다고 한다. 사실 일본말은 우리말과 다른 느낌이 있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쓰면 알 수 있지만, 일본식 한자어가 더 문제다. 요즘엔 다행히도 '받는 사람'이라고 순화해서 쓴다. 역시 책을 반납하기 전에 일본식 한자어를 모두 적어 보겠다(참고: 박숙희, 반드시 바꿔 써야 할 우리말 속 일본말). 가료 가봉 가처분 ** -> 임시처분 각서 ** -> 약정서 간수 ** -> 교도관 거래선 * -> 거래처 건폐율 * 검사역 검침원 * 격자문 견습 ** -> 수습 견양 -> 보기, 서식 견적 ** -> 추산 견출지 ** -> 찾음표 결석계 -> 결석 신고서 계주 ** -> 이..
동그란 점으로 장식된 무늬를 '땡땡이 무늬'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가 이 말을 처음 들은 것은 대학 때였다. 그런데 이것이 일본말이라니! 일본말 '뗀뗀가라(점박이 무늬)'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땡땡이 무늬'는 '점박이 무늬'나 '물방울 무늬'로 순화해서 써야 한다고 한다(참고: 박숙희, 반드시 바꿔 써야 할 우리말 속 일본말). 말이 나온 김에 이 책에 있는 우리말 속 일본말을 모두 적어 보겠다. 가께우동 가다 카도집 가라 카부라 가오 겜뻬이 고데 고바이 곤로 곤색 곤조 구가다 구루마 구찌 기도 기리까에 가마이 꼬붕 기스 낑깡 나가리 나까마 나래비 네다바이 노가다 노깡 다꽝 다대기 다라이 다마 다마네기 다시 단도리 단스 데모도 덴싱 뎃기리 도끼다시 도리우찌 도비라 뗑깡 뗑뗑이 가라 똔똔 마도와꾸 마..
추리닝, 난닝구, ... 이런 말을 쓰면 왠지 정감 있게 들린다면, 그래서 계속 쓰고 싶다면, 당신은 이미 일본말의 노예가 된 셈이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난닝구 바람이라도 난 독도를 지키고 서 있겠다'고 말하면 정말 뭔가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가? '추리닝'은 '연습(training)할 때 입는 옷'을 부르는 말이다. 우리는 '트레이닝'이라고 발음할 수 있지만 일본인들은 이 발음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추리닝'이라고 부른 것이다. 그것도 줄여서... '난닝구'는 그럼 뭐겠는가? 'running shirts'에서 'running'만 떼어 '난닝구'라고 부른 것이다. '추리닝'은 '체육복', '운동복'으로 순화해서 사용해야 한다. '난닝구'는 '속옷'이라고 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런닝셔츠'라고..
부산에 살다 보니 아무래도 생선회를 더 많이 먹게 된다. 횟집에 갈 때, 간혹 "쯔께다시"라는 말을 접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이 집은 쯔께다시는 별론데 회 맛은 끝내줘." 라거나 "쯔께다시는 훌륭한데 회 맛은 별로다." 라는 말을 쓰게 된다. 어떤 사람은 "쓰께다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도대체 "쯔께다시"가 뭘까? 당연히 예상하신 대로 일본말이다. 본 요리 전에 나오는 '전채요리'처럼 중심이 되는 요리에 곁들여 나오는 반찬을 쯔께다시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럼 그냥 "반찬" 아닌가! '반찬'이라면 밥과 곁들여 먹는 것인데, 회랑 곁들여 먹어서 "쯔께다시"라고 부르는 것인가? '반찬'이 쑥스럽다면 '기본 반찬'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