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글쓰기: 갖고 있다. 갖는다. -> 있다. 본문
사물이 주어일 때 '갖고 있다'나 '갖는다'의 서술어를 쓰면 매우 어색하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영어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자연과학이나 공학 분야의 글에서 나타나는데 이런 글을 번역투의 글이라고 한다. 영어에서는 사물을 주어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물이란 반드시 구체적인 물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개념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아닌 수동적인 대상을 뜻한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글을 보자.
이 방법은 각 매개변수 개수에 대해 별도의 메소드 정의가 필요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 문장은 '방법'이라는 사물을 주어로 삼고 있다. 그리고 서술어는 '갖고 있다'라는 능동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문장은 관찰자 시점의 객관적인 서술어인 '있다'를 쓰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위 문장은 아래와 같이 고칠 수 있다.
이 방법은 각 매개변수 개수에 대해 별도의 메소드 정의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자연스러운 구어체로 조금 더 고친다면 다음과 같이 고칠 수 있다.
이 방법은 각 매개변수 개수에 대해 별도로 메소드를 정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구어체로 고치고 나면 '은'이라는 보조사(특수조사)도 조금 어색하다. 결과 문장에서는 마치 '방법'이 주어인 것 같기 때문이다. 사실 서술어를 바꾸면서 주어가 '방법'에서 '단점'으로 바뀌었는데 이로 인해서 '은'이라는 보조사의 기능이 달라졌다. 그래서 문장 구조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방법'을 주어로 오해할 소지가 높다. 이 문장은 다음과 같이 바꿀 수 있다.
이 방법에는 각 매개변수 개수에 대해 별도로 메소드를 정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번역을 하다가 이런 글이 나온다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처음부터 글을 쓸 때 이런 글을 쓴다면 '글 쓰는 습관'이 잘못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습관이 잘못 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