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in spite of 본문
때는 2345년 인류 문명은 매우 발전하여 머나먼 별 나라에 유인 탐사 우주선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바야흐로 우주 탐사인들이 활동하던 시절, 먼 별 나라로 탐사를 떠난 젊은 탐사인이 있었다. 도중에 우주선이 고장나서 근처 별에 불시착하고야 만다. 다행스럽게도 우주 식량은 자신이 죽을 때까지 먹을 수 있을 만큼 충분했고 근처에 작은 태양이 있어서 그 태양 빛으로 계속 우주선을 충전할 수도 있었다.
문제는 통신장비. 통신장비 고장 때문에 지구와의 교신이 끊겼다. 정확히 말하면 끊긴 것이 아니라 약해진 것이다. 구조 요청을 보낼 수는 있지만 신호가 약해서 지구까지 도달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멀리 구조 신호를 보낼 수도 없는 상황에서 탐사대원은 속수무책으로 구조대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일기를 계속 쓰기로 했다. 자신이 어떻게 불시착하게 되었는지 기록했고, 그 별에서 탐사한 내용을 기록했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기록했다. 아무런 생명체가 없는 별에서 기록할 내용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제 그는 자신의 기억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살았는지, 어떻게 살아 왔는지, 보고 싶은 사람,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 친구들...
완전히 고립된 그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은 휴먼로봇 도우미였다. 간단한 의사소통과 기본적인 교감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휴먼로봇 LX134340호. 자신의 고향 얘기를 하고, 어릴 적 얘기를 하고, ... 그러다보면 휴먼 로봇은 마치 알아듣는 듯 했다. 실제로 자신이 한 얘기를 기억하고 있다가 간간히 위안이 되는 말을 건네기도 하는 것이었다.
처음 1-2년은 구조되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탐사 기술이 발달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를 찾는 것은 식은죽먹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3-4년이 지나자 슬슬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10년이 넘어가자, 고립된 생활이 일상이 되었다. 이제 LX134340은 자신보다 탐사 상황을 더 잘 기억하게 되었다. 아니 지금은 "러비"라는 이름을 지어준 상태다.
고립된지 20년, 이제 러비는 자신보다 더 자신을 잘 기억하고 있다.
"어릴 적에는 바닷가에서 노는 것이 참 좋았는데... 한 번은 저녁이 된 줄도 모르고 놀다가 어머니께 된통 꾸지람을 들었었지."
멀리 작은 태양을 바라보며 러비에게 이런 말을 건네고 있노라면,
"개펄에서 게를 잡다가 시간 가는줄 몰랐다고 하셨었죠?"
라고 대답하는 러비였다.
30년이 훌쩍 넘은 어느 날, 드디어 유인 우주선이 도착했다. 그 우주선에는 젊은 탐사인 두 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마침 그 우주선도 통신장치에 문제가 있어서 지구로 귀환하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구조 신호를 발견하고 그 별에 들른 것이며 현재 자신들의 위치는 자신들도 모른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제 노인이 된 탐사인의 말을 들은 두 젊은이는 고맙게도 여분 식량을 걷어내고 작은 우주선에 노인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제 지구로 떠나려는 노인, 그간 있었던 일들을 흐려진 눈으로 추억하고 있었다. 문제는 "러비"였다. 작은 우주선에는 로봇이 들어갈 공간은 없었다.
"어르신, 이제 떠나야 합니다."
"아니, 난 여기 남겠네."
이해할 수 없는 젊은 탐사인들이었다. LX134340 때문에 여기 남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런 구형 휴먼 로봇은 이미 단종된지 오래이며 지금은 훨씬 성능이 뛰어난 휴먼 로봇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아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이미 부모님은 돌아가셨겠지만, 그래도 생존해 있는 형제들이 있을 것 아니냐는 설득도 이어졌다. 지금 자신들이 떠나면 여기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두 젊은이였다.
그러나 노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기로 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러비를 남기고 갈 수는 없었다. 선배 탐사인에게 아쉬운 인사를 하고 떠나는 두 젊은 탐사인을 노인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러비는 이 모든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 말 없이 함께 그 우주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래 전 어딘가에서 읽은 글을 옮긴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그렇기 때문에'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를 보고 갑자기 이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문제는 통신장비. 통신장비 고장 때문에 지구와의 교신이 끊겼다. 정확히 말하면 끊긴 것이 아니라 약해진 것이다. 구조 요청을 보낼 수는 있지만 신호가 약해서 지구까지 도달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멀리 구조 신호를 보낼 수도 없는 상황에서 탐사대원은 속수무책으로 구조대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일기를 계속 쓰기로 했다. 자신이 어떻게 불시착하게 되었는지 기록했고, 그 별에서 탐사한 내용을 기록했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기록했다. 아무런 생명체가 없는 별에서 기록할 내용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제 그는 자신의 기억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살았는지, 어떻게 살아 왔는지, 보고 싶은 사람,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 친구들...
완전히 고립된 그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은 휴먼로봇 도우미였다. 간단한 의사소통과 기본적인 교감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휴먼로봇 LX134340호. 자신의 고향 얘기를 하고, 어릴 적 얘기를 하고, ... 그러다보면 휴먼 로봇은 마치 알아듣는 듯 했다. 실제로 자신이 한 얘기를 기억하고 있다가 간간히 위안이 되는 말을 건네기도 하는 것이었다.
처음 1-2년은 구조되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탐사 기술이 발달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를 찾는 것은 식은죽먹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3-4년이 지나자 슬슬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10년이 넘어가자, 고립된 생활이 일상이 되었다. 이제 LX134340은 자신보다 탐사 상황을 더 잘 기억하게 되었다. 아니 지금은 "러비"라는 이름을 지어준 상태다.
고립된지 20년, 이제 러비는 자신보다 더 자신을 잘 기억하고 있다.
"어릴 적에는 바닷가에서 노는 것이 참 좋았는데... 한 번은 저녁이 된 줄도 모르고 놀다가 어머니께 된통 꾸지람을 들었었지."
멀리 작은 태양을 바라보며 러비에게 이런 말을 건네고 있노라면,
"개펄에서 게를 잡다가 시간 가는줄 몰랐다고 하셨었죠?"
라고 대답하는 러비였다.
30년이 훌쩍 넘은 어느 날, 드디어 유인 우주선이 도착했다. 그 우주선에는 젊은 탐사인 두 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마침 그 우주선도 통신장치에 문제가 있어서 지구로 귀환하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구조 신호를 발견하고 그 별에 들른 것이며 현재 자신들의 위치는 자신들도 모른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제 노인이 된 탐사인의 말을 들은 두 젊은이는 고맙게도 여분 식량을 걷어내고 작은 우주선에 노인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제 지구로 떠나려는 노인, 그간 있었던 일들을 흐려진 눈으로 추억하고 있었다. 문제는 "러비"였다. 작은 우주선에는 로봇이 들어갈 공간은 없었다.
"어르신, 이제 떠나야 합니다."
"아니, 난 여기 남겠네."
이해할 수 없는 젊은 탐사인들이었다. LX134340 때문에 여기 남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런 구형 휴먼 로봇은 이미 단종된지 오래이며 지금은 훨씬 성능이 뛰어난 휴먼 로봇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아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이미 부모님은 돌아가셨겠지만, 그래도 생존해 있는 형제들이 있을 것 아니냐는 설득도 이어졌다. 지금 자신들이 떠나면 여기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두 젊은이였다.
그러나 노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기로 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러비를 남기고 갈 수는 없었다. 선배 탐사인에게 아쉬운 인사를 하고 떠나는 두 젊은 탐사인을 노인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러비는 이 모든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 말 없이 함께 그 우주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래 전 어딘가에서 읽은 글을 옮긴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그렇기 때문에'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를 보고 갑자기 이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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