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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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우균 2011. 4. 11. 15:14

나는 솔직히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영화 내용은 대강 알고 있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레알(real)'이라고 했던가? 최근 며칠동안 KAIST에서 일어난 일은 정말 참담하기 그지없다. 대학에서 가르쳐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거창한 '진리'라고 얘기하고 싶은가? 지금 일어나는 이러한 무한경쟁 '레알 진리'가 대학에서 가르쳐야 할 것인가?

대학에서 가르쳐야 할 것은 '학문의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공부하는 것은 재미있어야 한다. 연구는 흥미로워야 한다. 이렇게 재미있는 얘기를 나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아까워서, 그래서 옆에 있는 친구를 붙잡고 '토론'하고 싶어해야 한다. 친구도 신이 나서 자신의 '즐거운' 이야기를 함께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소소한 즐거움이 학문에 기여하는 바가 얼마나 큰지 우리는 측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 대학이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성과 위주의 학문, 무한 경쟁의 대학, 세계 100대 대학(Top 100), ... 이런 수식어구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져 있다. 어쩌면 이런 수식어구들이 우리 대학을 세계 제일의 대학으로 만들 수 있다는 환상과 무능한 철밥통들을 깨뜨려 버릴 수 있다는 통쾌함에 은근히 응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아들, 딸들이 서바이벌 게임에서 어떻게 좌절하고 절망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박수만 쳐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들에게 동료는 없었다. '장짤(장학금 짤림)'이라는 은밀한 고민만 있었을 뿐... 

지금이라도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가르쳐야 한다. 세상에 태어나서 자신의 손을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 때, 발견했던 그 경이로운 즐거움을 되새겨 주어야 한다. 생각하는 능력을 발견하고 그로 인해 어떤 깨달음을 얻었을 때의 놀라운 경험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런 능력을 지닌 스스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작은 즐거움 안에서 자유롭게 꿈꾸는 영혼을 가르쳐야 한다. 대학생들이, 교수들이 학문의 즐거움을 잃어 버렸을 때, 그 때가 바로 대학의 종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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