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여기 그 강연 원고를 하나 소개한다. 2009년 5월부터 8월까지 있었던 쌍용 자동차 정리해고 및 농성 사건과 관련된 일이다. 그러나 노동자 권익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평범한 우리 자신들을 위해서, 그렇게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야 하는 우리 미래들을 위해서 정말 생각해 봐야 한다. .
이 글은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소아정신과전문의 서천석 박사의 강연원고입니다.
하루 15분, 아이와 나를 살리는 시간.
한 사업장이 있습니다. / 그 지역에선 가장 큰 규모의 사업장입니다. / 수천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 번듯한 회사입니다. / 공장 근처에 사는 아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 그 사업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 아이들은 / 같은 유치원을 나와 / 같은 초등학교를 마치고 / 지금은 / 같은 중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 같은 게임을 하고, / 함께 땀 흘려가며 공을 차고, / 동네의 여자애들을 보면서 / (웃음) 시시덕대곤 하였습니다. / 그런데 / 회사가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 경영진은 / 해결책으로 / 구조조정을 제시했고 / 절반 이상의 직원이 / 회사를 떠나야 했습니다. / 그들 중 일부는 / 희망퇴직을 / 선택했지만, / 적지 않은 수가 / 정리해고라는 / 운명을 /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 특별한 기술이 없는 / 40대의 노동자에게 / 해고는 그냥 두 글자 단어로 / 말하고 말 / 그런 간단한 일은 / 아닙니다. / 직장은 / 많은 남자에게 자기 자신입니다. / 가족을 책임지는 방식이고, / 사람들에게 내세우는 얼굴입니다. / 번듯한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 만나면 다들 / 명함을 내밉니다. / 명함엔 이름보다 위에 / 직장이 써 있습니다. / 내밀 명함이 없더라도 / 어디 다닌다 / 말할 수 있는 분들은 / 당당합니다. / 직장은 / 자기가 제법 괜찮은 사람이라고 / 믿을 수 있는 / 중요한 근거입니다. / 그런 직장이 / 사라진 겁니다. / 막막한데 / 위로해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 이렇게 살면 된다고 / 도와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 그냥 다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가족은 어떻게 먹여살려야 할지 모르겠고 / 내가 다시 이제 번듯한 가장으로 / 식구들을 이끌 수 있을지, / 사람들이 나라는 인간을 / 이제 어떻게 보게 될지 / 두렵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공장을 못 떠나고 해고를 반대하는 투쟁을 합니다. / 이게 공권력의 기준에서 보면 / 점거농성이란 불법적 행동입니다.
제가 정신과 의사로서 볼 때 / 사람은 기본적으로 /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합니다. /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 이해관계의 대립이 심해질수록 / 점점 더 그렇게 됩니다. / 한 직장을 다니며 / 동료로 지내던 부모들이 / 이제 서로를 비난하기 시작합니다. / 책임은 그들 중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 하지만 사람 심리란게 / 누군가에겐 / 책임을 돌려야 합니다. / 그래서 눈에 보이고 / 손에 잡히는 상대를 / 비난하는 겁니다. / 싸움이란게 / 하다보면 / 점점 더 싸울 이유가 늘어납니다. / 감정의 골이 깊어집니다. / 아이들도 둘로 갈라집니다. / 죽고 못 살던 아이들끼리도 멀어집니다. / 전엔 축구를 잘하는 영호, / 야한 이야길 잘하는 민수였는데 / 이제 해고자 아빠를 둔 영호, / 비해고자 아빠를 둔 민수가 / 되었습니다.
점거농성이 이제 장기화되고 /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하니 / 비해고자들도 살림이 어려워졌습니다. / 아이들은 다니던 / 학원을 끊어야 했고 / 용돈은 뭐 / 기대하기도 어렵죠. / 비해고자 아이들은 끼리끼리 모여 / 해고자들 때문에 살기 어려워졌다고 / 말하곤 했습니다. / 그저 부모에게 / 들은 이야기죠. / 처음엔 비해고자 아이들끼리 있는 자리에서 /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 뭐 교실이 얼마 넓습니까? / 해고자 아이들도 듣지 않을 수 없죠. / 오랜 친구였던 사이인데 / 이 말이 어떻겠습니까? / 해고자 자녀들에겐 / 비수가 되었습니다. / 처음엔 싸웠지만 / 나중엔 그냥 얼굴 안 보는 거죠. / 10년 우정이 / 3년 게임 동지가 / 그냥 무너지는 겁니다. / 일부 선생님들도 / 공공연하게 교실에서 / 해고 노동자를 비난했습니다. / 함께 살려면 / 누군가 희생해야 되는데 / 욕심을 부린다고 말하는거죠. / 참 너무한 말입니다. /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는 말은 /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 배가 가라앉고 있어요. / 구명보트가 모자라요. / 그때 누군가 희생해야 겠죠. / 그런데 구명보트에 탄 사람이 / 그런 말을 하면 / 안 되는 겁니다. / 자기를 희생하고 배에 남는 사람이나 / 할 수 있는 말 / 아니겠습니까? / 자기는 먼저 구명보트 타놓고 / 이제 죽음 앞에 선 사람에게 /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고 / 그게 할 말입니까? / 연민도 배려도 없는 말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그런 말을 / 그냥 들어야 했던 것입니다. / 해고자의 아이들은 / 방구석에 처박혔습니다. / 밖에 나감 모두 다 자길 손가락질 하는 듯 느껴지니까요. / 뭐 돈도 없으니 / 할 것도 없습니다. / 그렇다고 집에 누가 있는 것도 아니죠. / 아버지는 공장에서 / 점거 투쟁하고 / 어머니는 농성장에서 / 가족 투쟁합니다. / 아이들은 방치된 채 / 혼자서 / 교사, 언론, 친구들, / 회사 근처 문방구 아저씨, / 집 앞 빵집 아저씨 / 말을 그냥 / 참아내야 하는 겁니다. / 다 이렇게 말합니다. / “해고자는 다 해고될 이유가 있지. / 뭐 무능하거나 / 아님 과격해서 / 회사에 도움이 안 되는거야. / 그런데 자기 욕심 부리느라 지금 / 남들 인생까지 망가뜨리고 있다니까.”
(잠시) 아이들의 아버집니다. 자기 존재의 뿌리입니다. / 그 뿌리가 그렇게 경멸의 대상이 된 겁니다. / 한때는 너무나 친했던 친구들에게까지 그렇게 된겁니다. / 이게 첫 번째 트라우마입니다.
이제 아이는 외롭습니다. / 이제 친구도 없고 / 자기편도 없습니다. / 그런데 아버지도, 어머니도 / 아이들 곁에 없습니다. / 공장과 가족대책위 농성장에 계시니까요 / 가끔 오시긴 하는데 / 옷 갈아입고 나가시거나 / 지쳐서 잠만 주무십니다. / 엄마는 밥은 차려주시는데 / 얘기 한 마디 나눌 / 그런 여유가 없습니다.
부모님들도 지쳐있지요. / 그러다보니 / 아이들의 작은 잘못에도 / 짜증을 냅니다. / 부모가 보기엔 / 애들이 철이 없습니다. / 부모는 이렇게 힘든데 / 함께 도울 생각은 안 하고 / 왜 저렇게 생각 없이 사나 / 싶은 거죠. / 애는 자기도 괴로워서 / 인상을 쓰는 건데 / 부모가 보기엔 / 부모 생각은 / 눈꼽만치도 안 한다 / 생각이 들죠. / 애는 자기 나름으론 참다가 /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고 / 뭔가 갖고 싶다고 말하는 건데 / 부모가 보기엔 / 다 큰 게 / 가정 형편 다 알면서 / 철딱서니 없이 군다는 생각이 듭니다. / 그래서 아이한테 소리를 지르고 야단을 칩니다. / 이렇게 아이는 두 번째 트라우마를 받습니다.
이제 아이에게 부모는 / 정말로 나쁜 사람이 / 되었습니다. / 자기 마음도 몰라주는 / 정말로 무능한 사람이 부모가 된 것이죠. / 밖에서 들리던 부모에 대한 비난이 / 아이의 입장에선 / 사실이라고 믿기기 시작한 겁니다. / 내 마음도 몰라주는 무능한 아빠 / 돈도 못 벌면서 소리만 지르고 / 별 것도 아닌 걸로 손찌검도 하는 / 그런 아빠가 된 겁니다.
아직은 아이가 어립니다. / 이 아이들이 / 부모를 이해할 의무는 없는 겁이다. / 물론 장기간의 농성투쟁에 지친 / 부모의 잘못도 아닙니다. / 화목했던 가족은 망가졌습니다. / 다들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를 외치던 노동자들은 / 철저히 진압되었습니다. / 수십명이 감옥에 갔습니다. / 모두 거리에 내몰렸습니다. / 살림살이는 엉망이 되었습니다. / 곳간이 차야 인심이 난다는 / 말이 있죠. / 가족의 곳간은 / 텅 비어 있습니다. / 그러다 보니 /서로에게 베풀 / 마음의 여유도 없습니다. / 가족끼리 대화는 안 되고 / 그저 서로가 서로를 원망하였습니다.
여기에서 더 중요한건 / 아이 마음속의 상처입니다. / 아이는 해고, 노동, 투쟁이란 / 말만 들어도 진저리가 쳐집니다. / 이유는 모르겠는데 / 그냥 마음이 울컥하고 / 마구 어디로든 / 달려가고만 싶습니다. / 그런데 아버지는 아직도 / 그런 모임에 나가십니다. / 그런 아버지는 피하고만 싶습니다. / 며칠 전엔 / 아버지가 입은 조끼에 써 있는 / 투쟁이란 문구에 / 짜증이 나서 방문을 꽝 닫았습니다. / 아버지는 그런 아이에게 / 버릇없다고 또 소리를 질렀습니다. / 아이는 / 자기가 왜 그랬는지 /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이 아이는 어떻게 자랄까요? / 사람의 운명은 간단치 않으니까 예측한다는 것은 / 오만한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 그런데 이 아이들만큼 / 노동, 투쟁 이런 말에 / 심한 / 알러지를 보이는 아이들도 / 없을 것입니다. / 파시즘은 / 이처럼 상처받은 곳에서 / 자라납니다.
이 아이들의 반대편에 있는 / 아이들도 마찬가집니다. / 친구들과 친구 아버지를 비난하던 / 비해고자의 아이들도 / 마찬가집니다. / 그 아이들도 계속 / 자기가 정당하다는 걸 / 증명해야 합니다. / 자기가 정당하려면 / 해고자는 무능하고, 이기적이어야만 합니다. / 그렇지 않다면 / 스스로가 얼마나 / 부끄럽겠습니까? / 고작 게임 아이템 살 / 용돈 못 받았다고, / 다니던 학원 못 다니게 됐다고 / 오랜 / 친구의 아버지를 욕한 거라면 / 자신이 용서가 되겠습니까? / 이 아이들도 상처를 입고 / 조금 비뚤어졌습니다.
이 시대는 / 사람의 상처에 관심이 없습니다. / 그래서인지 / 역설적으로 트라우마라는 말이 / 대유행입니다. / 올해 상반기 /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뭔지 아십니까? / ‘아프니까 청춘이다’입니다. / 안철수, 박경철 선생님의 / 희망콘서트는 / 하는 곳마다 / 수천 명이 모입니다. / 모두가 위로받고 싶어합니다. / 사실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하는데 / 상처주는 것은 / 어쩌지 못하고 / 그저 위로만 주고 있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 정말 불가피한 해고였다면 /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 사람의 내면을 찌르고 / 강퍅하게 만들 일이 아니지요. / 인간의 악한 부분을 / 흔들어 깨우면 / 어떻게 합니까? / 한없이 약한 존재가 / 인간입니다. / 긍정적인 면을 살려주면서 / 서로 긍정적인 면으로 연대해서 / 세상을 살아가도록 / 유도해야 합니다. / 누군가를 해고시켜야 한다면 / 충분한 시간을 들여 / 일자리를 구하도록 /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 회사뿐 아니라 /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서 / 도와줘야 합니다. / 자존심의 상처를 받지 않고 /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도록 / 위로하고 존중해야 했습니다. / 그랬다면 부모들이 그렇게 큰 상처를 받지 않았을 겁니다. / 편을 나눠 비난하고, /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 토끼몰이 하듯 진압하고 / 그래서 죽은 노동자가 14명입니다. / 8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6명은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습니다. / 부모들이 받은 상처가 이러니 / 아이들에게 상처가 가지 않을 수 / 없는 겁니다.
우리 사회는 사회적인 갈등을 / 모두 개인에게 떠넘깁니다. / 개인과 개인의 대립으로 만들고 / 개인 내부의 투쟁으로 / 만듭니다. / 그래서 자기 개발서가 유행이고 / 없는 사람들끼리 / 서로 다투고 있습니다. /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며 / 배려하야 하는데 / 그런 모습 / 찾기 어렵습니다.
물론 경제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 외부 충격이 올 수 있습니다. / 강의를 하는 오늘도 / 환율이 올해 들어 최고치를 / 경신하고 있다고 합니다. / 하지만 외부 변수가 안 좋다고 / 꼭 심각한 상처를 남기는 것은 아닙니다.
지진을 생각해봅시다. / 큰 지진이 나면 물론 피해가 큽니다. 그런데 지진으로 죽거나 다치는 사람은 / 이유가 뭘까요? 땅이 흔들리고 갈라져서 / 거기 빠져 죽는 사람이 / 있을까요? /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 지진이 나도 / 넓은 들판에 있으면 / 몸이 좀 흔들릴 뿐 별 피해는 없습니다. / 지진으로 죽는 사람은 대부분 / 지진의 이차 피해 때문입니다. / 지진으로 건물이 흔들리고 무너져서 / 깔려 죽는 겁니다. / 외부에서 오는 큰 충격이 / 근본적 이유긴 하지만/ 정작 피해를 입히는 건 / 나를 둘러싼 건물, / 나를 둘러싼 사회, / 나를 둘러싼 가족 / 때문입니다. / 해고가 상처를 입히는 건 대부분 / 회사의 대응방식 때문입니다. / 아이가 상처를 입는 것도 대부분 / 부모의 잘못된 대응방식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 약한 곳을 먼저 배려해야 합니다. / 저는 / 소아정신과 의사입니다. / 가장 약한 존재인 아이들이 / 제가 돌보는 대상입니다. / 아이들은 가족 내에서 / 가장 약한 존재입니다. / 여기 계신 부모님들은 / 그런 경험을 다 / 해보셨을 겁니다. / 회사에서 짜증이 나는 일이 있었다 / 또는 친정에 안 좋은 일이 생겼다 / 남편에게, 아내에게 뭔가 불만이 생겼다 / 그러면 그날따라 아이에게 더 화를 내지 않습니까? / 아이들에게 화내기는 쉽습니다. / 아이들은 끊임없이 / 부모가 화낼 소재거리는 / 제공하니까요. / 원래 감정이란 / 높은데서 낮은 데로 / 흐르는 법인데 / 집안의 가장 낮은 곳, 감정의 하수구에 / 아이들이 존재합니다. / 스트레스가 높은 부모는 / 아이들에게 / 화를 많이 냅니다. / 부모가 불안을 많이 느끼면 / 아이를 재촉하고 못 기다려주고 / 위협을 합니다. / 그래서 요즘 우리 아이들이 / 역사 상 가장 많은 / 관심을 받는 동시에 / 역사 상 가장 고생스러운 / 아동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 부모가 불안하면 잔소리로, / 부모가 화가 나면 폭력이나 폭언으로 / 아이에게 영향이 갑니다. / 제가 쌍용차 해고자 가족들의 / 아이들을 면담하다보니 / 이런 경우가 너무 많았습니다. / 부모들도 너무 힘들고,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 화가 가고, / 아이들은 그런 부모가 싫어지고 / 부모는 또 아이들이 야속하고, / 그러는 자기 자신도 싫고 /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 이런 분들을 너무 많이 보았습니다. / 그 출발은 /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해고의 방식, / 우리 사회의 사람 대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 부모도 존중받아야 아이를 존중할 수 있는데 / 존중을 못 받으니 아이도 존중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비단 / 쌍용차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 그곳에서, / 한진중공업이든 / 유성기업이든 / 이런 곳에서 / 가장 극단적으로 / 나타났을 뿐 / 우리 사회 전반에서 /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 해고가 아니어도 / 사람을 함부로 대하고, / 지나치게 밀어붙이고, / 인격을 존중하지 않고, / 상시적인 위협 속에서 / 생산성을 쥐어짭니다. / 그러다보니 부모들이 / 우리 아이들에게 / 스트레스를 또 / 넘기고 있습니다. / 이런 사회적 상황은 / 분명 바꿔야 합니다. / 또 그와 더불어 / 가장 약한 존재인 아이들을 위해서도 / 지금 당장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 혜택은 위로 가고 / 책임은 아래쪽으로 떠넘긴다고 / 부모들까지 / 아래쪽의 아이들에게 / 그래서는 안 될 것입니다. / 무엇보다 부모는 / 사회의 대변자 역할을 해서는 안 됩니다. / 부모가 굳이 / 대변자 역할을 하지 않아도 / 아이들은 사회를 다 느끼고 있습니다. / “너 이렇게 공부 안 하면 노숙자 된다” / 뭐 그렇게 말할 필요 없습니다. / 아이가 뒤쳐질까봐 / 쉴새 없이 / 채찍질 할 필요 없습니다. / 아이들도 자신이 경쟁 속에 있음을 잘 압니다. / 그래서 두렵습니다. / 부모는 차라리 /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 경쟁이 힘들지만 / 우리는 한 편이라고 / 기운을 북돋아야 합니다. /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 우리가 똘똘 뭉쳐서 / 잘 극복해보자고 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부모가 될까요? / 참 어렵습니다. / 지금의 사회는 잠시도 쉬지 않고 / 달리라고 요구합니다. / 우리 인생에서 뭐가 중요한지 / 생각할 틈은 / 아예 주지 않습니다. / 달리고, 달리고, / 잠시 쉴 때도 / 금방 왔다 금방 사라지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 또는 휙휙 지나가는 티브이 프로그램이나 보며 / 지내라고 합니다. / 여기에 브레이크를 / 밟아야 합니다. / 그래서 제가 권하는 방법은 / 하루 15분의 / 자기를 구하는 시간입니다. / 우린 이제 잠시 멈춰서서 / 내가 제대로 가고 있나 / 생각해야 합니다. / 그냥 달리면 다가 아니라 / 한번 사는 인생인데 / 무엇이 가치있는 일인지 /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하루에 15분, 아무 때라도 좋습니다. / 아침도 좋고 / 자기 전도 좋습니다. / 점심시간도 좋습니다. / 혼자서 / 조용한 시간을 / 보내보십시오. / 자기 내면에 말을 걸고 / 소중한 사람들에게 / 어떻게 대할지도 / 고민해 보십시오. / 자신이 어제 했던 행동을 돌아보고 / 후회는 지나간 일이니 / 하지 말고 / 더 나은 방법은 없을지 / 궁리해 보십시오. / 잡생각만 떠오르지 / 별 진전이 없다 싶으면 / 처음에는 인생과 철학, / 아이 키우기에 대한 책을 / 한두 장 정도 읽고 / 그것을 재료로 / 고민해 보십시오.
멀리 있는 나무까지 / 바닥에 막대기로 줄을 긋는 것을 상상해 보십시오. /자주 나무를 확인하지 않으면 / 엉뚱한 방향으로 / 가기 쉽습니다. / 나 스스로 잘 하고 있는지, /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을 /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지 / 계속 살펴야 합니다. /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 마구 앞으로 내달린다고 / 잘 되는 것은 아닙니다. / 그렇게 달리다 / 점점 안드로메다로 가고 있는 나라 꼴이 / 요즘 상황입니다.
사회는 / 인간의 존엄성을 / 지킬 수 있도록 / 도와야 합니다. / 그렇지 않으면 인간은 / 자기 스스로를 / 인간 이하의 존재로 만들어 갑니다. / 인간으로선 할 수 없는 일을 / 하고 맙니다. /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 존중받지 못하면 / 자기를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 남도 결코 존중하지 않는 사람으로 커갑니다. / 부모는 / 힘든 순간, /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에도 / 꼭 기억해야 합니다. / 자기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 아이에게 더 크고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고 / 아이가 사랑 속에 자랄 수도 있다는 것을 / 기억해야 합니다. / 사회가 부모에게 대하듯, / 부모가 아이에게 대해서는 안 됩니다./ 사회는 우리들 마음을 읽어주지도 않고 / 대화도 하지 않지만 / 우리는 아이 마음을 읽어주고 / 아이와 대화해야 합니다. / 그래야 시간이 지난 후 힘들지 않습니다. / 상처가 있더라도 깊지 않아 / 다시 일어나기 쉽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 상처를 주고, / 그걸 더 깊게 만들고, / 그러면서 모두가 위로를 원합니다. / 이제 할 일은 / 상처를 최소한으로 주려고 / 모두가 노력하는 겁니다. / 만약 상처가 났다면 / 빨리 치유해 주는 겁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