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듯하다 띄어쓰기 본문

우리말, 우리글

듯하다 띄어쓰기

우균 2016. 11. 11. 11:34

바야흐로 띄어쓰기 대마왕이 나타났으니 그건 바로 '듯하다'이다. 먼저 '듯'의 뜻을 생각해 보자. '듯'의 뜻은 '비슷한', '유사한'과 같은 뜻이다. 그러므로 뜻만 생각해 보면 '듯'은 형용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우리말 '듯'은 무려 품사가 두 개! 하나는 의존 명사(유사한 상태 자체를 나타내는 말. 기본형은 '듯')이고 다른 하나는 보조 형용사(다른 어떤 것과 유사한 상태임을 보충해 주는 말. 기본형은 '듯하다')이다. 

여기서만 끝나면 다행이지만 또 하나의 '듯'이 있으니 이것은 바로 어미(mother가 아니라 suffix)이다. 어미(말꼬리)란 말 뜻 그대로 말의 끝에 붙어서 앞에 있는 어간(말몸통)의 뜻을 바꾸어주는 기능을 한다. 우리말은 어미와 조사가 많이 발달한 언어이지만, 조사가 품사(단어)의 자격을 꿰차고 있는 것과 달리 어미는 품사가 아니라 형태소이다. 형태소란 분명 의미는 있지만 단어만큼 독립적인 자격을 인정받고 있지 못한 단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의 '-듯'이 어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가장 쉬운 예를 보자.

1. 구름에 달 가듯
2. 구름에 달 가 듯

잘 아시다시피 1이 맞다. 왜냐하면 여기서 '-듯'은 어미로 사용된 것이기 때문이다. 유사한 다른 예를 보자.

3. 변덕이 죽 끓듯하다.
4. 변덕이 죽 끓 듯하다.
5. 변덕이 죽 끓듯 하다.

이 경우는 조금 헷갈리지만 앞의 '가듯이'를 생각해 보면 4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다'의 '-다'가 빠지고 '-듯'이 붙었듯이 '끓다'의 '-다' 대신 '-듯'이 붙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3 아니면 5인데 이 경우엔 5가 맞다. 왜냐하면 보조 용언은 용언의 어간에 붙을 수 없기 때문에 '듯하다'를 보조 형용사로 본다면 동사 '끓다'의 어간 '끓'에 붙을 수 없다. 

지금까지 본 예는 어미 '듯'의 예였다. 말 나온 김에 보조 형용사 '듯하다'를 보자. 다행스럽게도 보조 동사와 보조 형용사의 띄어쓰기는 앞 말에 붙여 쓰는 것과 띄어 쓰는 것 모두 허용된다.

6. 비가 내릴듯하다.
7. 비가 내릴 듯하다.

따라서 이 경우엔 둘 다 맞다.

이제 마지막 예로, 의존 명사로 사용된 경우를 보자. 의존 명사는 말 그대로 '명사(어떤 대상을 지칭하는 말)'이므로 뒤에 조사가 붙을 수는 있지만 앞엔 무조건 띄어 써야 한다. 

8. 알듯말듯하다.
9. 알듯 말듯하다.
10. 알듯 말듯 하다.
11. 알 듯 말 듯하다.
12. 알 듯 말 듯 하다.

어떤 것이 맞는 것일까? 정답은 바로 12번이다. 먼저 8과 9는 '듯'을 어미로 생각한 것인데, 게다가 '듯하다'를 붙여 썼으니 보조 형용사로도 생각한 것이다. 따라서 잘못되었다. 

문제는 10번이다. 10번도 '듯'을 어미로 생각한 것이다. '알다'라는 동사, '말다'라는 보조 동사의 어간에 '-듯'이 붙었으니 일견 맞는 것 같다. 실제로 통사론적으로는(syntactically) 맞다. 하지만 문장의 의미를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10의 경우 어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 사용된 '듯'은 '알다'는 동작을 바꾸기 위해 사용된 것이 아니라 '알 것 같은 상태'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 것인데, 이를 구별하려면 '알듯이'가 뜻이 되는지 '알 듯 하다'가 뜻이 되는지 생각해 보면 된다. '알듯이'라는 말은 없다. '아는 듯이'라고 써야 의미가 통한다. '알 듯 하다'는 '알 것 같다'와 같은 말이다. 이처럼 상태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 '듯'은 의존 명사이다. 

의존 명사로 사용된 경우를 구분해 내려면 앞 단어의 어미를 보면 된다. 앞 단어의 어미가 관형형 어미('-ㄴ', '-는', '-던', '-ㄹ' 등 체언을 꾸며주기 위해 붙이는 어미)라면 뒤에 나타난 '듯'은 의존 명사이다. 따라서 10은 틀렸다. 이 경우에는 '알다'의 어간 '알'과 관형형 어미가 붙은 '알'이 하필 같은 형태라서 헷갈리는 것이다. 11에서는 같은 뜻의 '듯'을 앞에서는 의존 명사로, 뒤에서는 보조 형용사로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11도 틀렸다. 결국 12가 맞게 띄어 쓴 것이다. 의존명사로 사용한 예를 몇 개 더 보면 다음과 같다.

13. 하는 듯 마는 듯 시간만 보내고 있다. (의존 명사 '듯')
14. 잠을 잔 듯 만 듯 어지럽기만 하다. (의존 명사 '듯')

그렇다면 앞서 말한 '끓듯 하다'는 어떻게 된 것일까? 이 경우에는 어미로 쓰였다고 했는데 이 때에도 의존 명사 '듯'이나 보조 형용사 '듯하다'로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아니다. 왜냐하면 '끓'은 어간이기 때문이다. 의존명사로 보려면 관형형 어미가 붙어야 하며 보조 형용사로 보려면 용언의 활용형이 나타나야 한다. '끓듯 하다'의 어미 '-듯'이 아니라 보조 형용사 '듯하다'로 사용하고 싶다면 아래와 같이 활용형이 나타나야 한다.

15. 변덕이 죽 끓는 듯하다. (보조 형용사 '듯')

'듯'이 의존 명사로 사용되는 경우는 '알 듯 말 듯', '한 듯 만 듯'과 같이 댓구로 사용되는 경우와 '~하는 듯 어떠하다', '~할 듯 어쨌다'의 형태로 사용되는 경우로만 한정되는 것 같다. 후자의 경우에는 '것처럼'으로 바꾸어 쓰면 뜻이 통한다. '듯'과 같은 뜻의 의존 명사로 '듯이'가 있다. 사실 '듯'은 '듯이'를 줄인 말이다. 

16. 알 듯 모를 듯 하다. (의존 명사 '듯')
17. 아는 듯 말했다. (의존 명사 '듯)
18. 아는 듯이 말했다. (의존 명사 '듯이')

의존 명사 '듯이'의 경우에도 대응되는 '-듯이'라는 어미가 있다.

19. 앞서 말했듯이 (어미 '-듯이')
20. 앞서 말했었듯이 (어미 '-듯이')
21. 지난 번 늦으시었듯이 (어미 '-듯이')
22. 지난 번 늦으셨듯이 (어미 '-듯이')
23. 구름에 달 가듯이 (어미 '-듯이')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듯' 어미라면 앞 말에 붙여 쓴다.

2) '듯하다' 보조 형용사라면 앞 말과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붙여 써도 된다.

3) '~하는 듯' 의존 명사라면 앞 말과 띄어 쓰고 (조사가 아니라면) 뒷 말과도 띄어 쓴다.

추가로 2의 경우에는 '듯싶다'로 바꾸어 써도 대개 말이 통한다. 3의 경우에는 댓구로 사용되는 경우만 제외하면 '것처럼'과 바꾸어 써도 대개 말이 통한다.

띄어쓰기 정말 어렵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는 것이, '듯하다'가 띄어쓰기의 종결자인 듯하다. 더 이상 복잡한 것은 아직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이것만 잘 알아두면 어떤 띄어쓰기도 해결할 수 있을 듯하다.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