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LG 스마트폰에 관한 추억 본문
LG가 스마트폰 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먼저, 재검토를 하는 것 자체는 정말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 것은 미래 사업에 대한 포기가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IoT 기술로 모든 장치가 하나로 융합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접게 되면 IoT의 허브(hub, 중심)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로봇 청소기, 스마트 에어콘 및 냉장고와 함께 통신할 수 있는 주축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나는 꽤 최근까지 LG 스마트폰 사용자였다. LG 제품이 좋아서라기보다 삼성 기업 이미지에 대한 반감이 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 스마트폰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기초 기술 부족이었다. LG 스마트폰이 팔리지 않는 이유는 기초 기술 부족인데도 불구하고, LG는 신기술 부족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실상은 생각과 달리 기초 기술의 부족이며, 나는 이것이 소비자 이탈로 나타났다고 확신한다.
스마트폰이 '스마트(smart)'하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소프트웨어이다. 상황에 따라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다는 점이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만든다. 전화만 되던 것으로 사진도 찍고 ─ 이건 피처폰일 때도 할 수 있던 것이지만 ─ 음악도 듣고 때론 길 안내를 받을 수도 있다. 내비게이션 하나만 해도 몇십만 원이고, 전자사전도 십 몇만 원 하던 시절에 스마트폰 하나로 이런 것이 모두 다 가능하니 소비자가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본 기능에 LG는 약했다.
막내가 유치원 졸업할 때, 선생님과 사진을 찍었다. 다른 아이들도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겨우 두 컷 정도 찍을 수 있었다. 당시 나는 LG G2를 가지고 있었고 당연히 G2로 사진을 찍었다. 상당히 평도 좋고 제품도 괜찮아서 G2를 선택했었는데,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하필 그날 찍은 사진 중 선생님과 찍은 사진만 깨졌다. 절반 정도에만 사진이 제대로 나왔고, 계단 모양으로 잘린 나머지 절반 정도는 검은 색으로 채워져 있었다. LG G2 탓에 우리 막내는 기념할만한 사진을 잃어 버렸다. 선생님께 사진을 보내 드리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LG G2 이후 새로 나온 V 시리즈 중에서 V10을 구매했다. G2에 비하면 용량도 넉넉하고 성능도 좋아서 믿음이 갔다. 그러나 V10은 의외의 곳에서 말썽을 일으켰다. 해외에서 V10을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하여 이동하던 중이었다. 마트에 들렀다가 구글 내비를 사용하려고 켰을 때, V10이 갑자기 무한 부팅을 일으켰다. 해외에서 호텔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을 당하니 난감했다. 어찌어찌 호텔로 돌아올 수는 있었지만, 이 경험으로 인해 LG 폰은 내게 믿을 수 없는 폰이 되어 버렸다.
어떤 제품이나 결함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함이 기본적인 기능에서 문제가 된다면 이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99.99% 상황에서 잘 된다고 하더라도 0.01%에서 모자란다면 이는 치명적일 수 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안타깝게도 신기술 창출이 아니다. 어느 하나의 모델이라도, 한 라인업이라도 기본 기능에 충실하도록 탄탄하게 탈바꿈해야 한다. 방법은 있다. 하드웨어라면 스트레스 테스트를 강도 높게 수행해야 하고, 소프트웨어라면 단위 테스트, 통합 테스트, 스트레스 테스트뿐 아니라 핵심 모듈은 증명까지 시도해야 한다. 아무리 신기술이 멋있고 예쁘게 보일 지 몰라도 기본 기술 없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굳이 우선순위를 매긴다면, 기본 기술 다음에 신기술, 신기술 다음에 마케팅 순서여야 한다. 그러나 LG 스마트폰 사업부는 이 순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 같다. 나는 LG가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지 않기 바란다. 정말 경쟁력있는 스마트폰을 개발하기 바라며, 스마트 가전의 허브를 잃지 않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기본에 충실하기 바라며,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기본 기술에 포함된다는 것을 인식하기 바란다. 어렵게 뜬 셀럽이 망언으로 하루아침에 추락하는 것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지 않은가? 모두 기본이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