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논문 잘 쓰는 법 본문
논문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가능한 대답들을 생각해 보자.
- 일단 글을 잘 써야지요.
- 말보다 실천이 중요해요. 즉, 연구를 잘 해야지요.
- 알맹이가 있어야지요. 실험 결과가 좋아야 하지 않나요?
- 영어를 잘 해야 할 것 같아요.
- 무엇보다도 수학이 중요해요.
- 수학 분야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 분야 지식이 많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지식만 가지고는 힘들어요. 논리적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 논술 시험 점수가 높은 사람이 잘 쓸 것 같아요.
...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볼 수 있겠지만, 이런 생각이 답변해 주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적어도 잘 쓴 논문을 보면 뭔가를 알 수 있다. 물론 잘 쓴 논문은 문장 구조도 확실하고 논리적이다. 그리고 연구 결과도 의미가 있다. 수학적 증명이 잘 되어 있는 논문도 있다. 영어권 사람들 중에는 수려한 영어를 이용하여 논문 독자를 사로잡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좋은 논문을 쓰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일까?
논문을 작품 사진에 비유해 보자.
- 작품 사진을 찍으려면 일단 셔터를 누를 때 흔들리면 안 되지.
- 일단 DSLR을 사게. 보이는 그대로 찍는 것이 중요하거든.
- 무엇보다도 구도가 좋아야 해.
- 구도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야. 아름다운 화면이 최고지. 좋은 곳을 찾아다녀 봐.
- 작품 사진하면 인물 사진이야. 일단 예쁘고 멋있는 사람을 찍어.
- 예쁜 것이 최고인가? 표정이 살아 있어야 해. 인물의 표정을 잡는 것이 진짜야.
- 순간 포착. 이것이 핵심이야. 순발력이 없으면 작품 사진은 포기해.
- 이름 있는 작가가 찍은 사진이 아무래도 낫겠지.
...
어떤 것이 좋은 작품 사진을 찍는 길일까? 멋있는 작품 사진을 보면, 이런 요소들을 찾을 수 있다. 표정을 잘 잡은 사진도 있고, 순간을 포착한 사진도 있다. 보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을 잘 담아낸 사진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기술들이 작품 사진을 찍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일까?
작품 사진은 '남에게 보여 주고 싶은' 사진이다. 무엇인가를 '얘기하고 싶은' 사진이다. 이것이 작품 사진의 핵심이다. '얘기하고 싶은 어떤 것'이 없다면 그것은 그냥 사진일 뿐이다. 논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논문은 '남에게 보여 주고 싶은 글'이며, '얘기하고 싶은' 글이고, 따라서 '얘기하고 싶은 어떤 것'이 없다면 그것은 논문이 아니라 그냥 글일 뿐이다.
좋은 논문을 쓰고 싶으세요? 그렇다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나머지는 다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A: 논문을 잘 쓰고 싶다. 정말 좋은 논문을 쓰고 싶어.
B: 정말? 진짜로 좋은 논문을 쓰고 싶어?
A: 그래. 정말 언제까지 연습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B: 누가 그러더라.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고... 그냥 참고해.
A: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