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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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희망을 보다

우균 2011. 2. 26. 04:39

나는 같은 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마쳤다. 대학 4년, 석사과정 2년, 박사과정 7년, 총 13년 동안 같은 학교에 다녔다. 13년 동안 아버지는 4번 정도 학교에 오신 적이 있다. 처음에는 대학 입학 면접 시험 때였고 두 번째는 대학 재학 중이었다. 세 번째 오셨을 때는 중고차를 한 대 사 가지고 오셨는데, 그 당시에도 보기 드물게 오래된 모델인 스텔라 88이었다. 네 번째는 박사학위 졸업 때였다. 세 번째 오셨을 때는 친구 분과 함께 오셨었는데 기숙사 옆 주차장에 덜렁 차를 놓고 가셨다. 물론 기본적인 조작 방법은 아버지 친구 분이 알려 주셨다.

아버지의 세 번째 방문이 있은 지 얼마 후 명절에 친척 분들이 모여 있을 때였다. 아버지가 내가 다니는 대학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았다"고 말씀하셨다. 말씀인 즉, 대한민국은 온갖 똥차는 모두 거기 다 있더라는 것이다. 당시 내 기억으로는 현대 포니도 한 대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검소한 인력이 바로 대한민국의 앞날이요 희망이라는 말씀이셨다. 나는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아버지, 돈이 없어서 그런 거에요. 돈만 있으면 아마 좋은 차를 샀을 거에요.' 그러나 일가 친척들이 함께 있던 터라 그렇게 말씀드리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아버지 말씀을 새기게 된다. "대한민국의 희망"이란 무엇인가? 그저 잘 살면 되는 것인가? 개발 논리로 약자를 밟는 것이 과학기술이라면 우리나라에는 희망이 없다. 다른 것이 어떻게 되든 상관 없이,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수단으로서 학문을 배우고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희망이 없다. 누군가 손해보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 없이 내 것만 챙기는 것이 대한민국이라면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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