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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치다'와 '미치다'

우균 2012. 8. 1. 10:11

사전을 보면 '끼치다'와 '미치다'는 비슷한 말로 나타나 있다(물론 여기서 '미치다'는 정신이 나가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님). 즉 '영향을 끼치다'와 '영향을 미치다'가 비슷한 뜻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단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끼치다'는 다소 포괄적인 의미다. 물을 흠뻑 뒤집어 쓴 느낌이랄까? 구체적 예로, '하이델베르그는 내 과학적인 태도에 큰 영향을 끼쳤다.'라고 말한다면 단순히 과학적 태도뿐만 아니라 관점, 사고 방식 등 여러 측면에서 심지어 근본적인 생각의 틀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미치다'는 그냥 '닿았다'는 단순한 의미다. '미치다'의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나는 그의 세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피신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 말은 단순히 그의 세력이 닿지 않는 곳으로 피신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앞서 예로 든 '영향'의 경우에는 '미치다'보다는 '끼치다'가 더 맞는 표현이다. 왜냐하면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단순히 '영향을 주었다'는 것보다 더 강한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세력'은 절대로 '끼칠' 수 없으며 '미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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