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초심자 -> 초보자 본문
어떤 분야의 초보자를 '초심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어로는 beginner라고도 하고 rookie라고도 한다. 초심자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일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라고 나오고 유의어로 초보자, 신출내기 등이 적혀 있다. 난 국어학자는 아니지만, 초심자가 일본어라는 나름대로의 근거를 얻게 되었으며 이에 여기에 적어 둔다.
초심의 어간이라고 할 수 있는 '초심'을 사전에서 살펴보자. 먼저 국어사전을 살펴보면 '초심(初心)'의 첫 번째 뜻으로는 '처음에 먹은 마음'이라고 나오고 두 번째로 '초심자'라고 나온다. 그런데 우리가 늘상 사용하는 우리말에서는 항상 첫 번째 뜻만 사용한다. "초심을 잃지 않도록 조심해라."라든지 "초심을 잃고 돈에만 눈이 어둡더니 그렇게 망하는 구나."라고 사용한다. 우리말을 40년 이상 써 왔지만 '초보자'란 뜻으로 '초심'을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으며 다른 사람이 그렇게 사용하는 것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이상하여 일본어 사전을 살펴 보았다. 일본어 사전에 '초심'은 '쇼신(しょしん)'이라고 나오는데, 첫 번째 뜻은 우리가 사용하는 바로 그 뜻인 '처음에 먹은 마음'이고 두 번째가 '숫보기'이며, 세 번째 뜻이 바로 '배우기 시작함, 미숙함, 초학'이라는 뜻이다. 이 세 번째 뜻이 바로 우리가 '초심자'라고 사용하는 뜻과 연관되어 있다. 두 번째 뜻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면, '일을 하는 요령을 모르고 순진하게 곧이곧대로 시작하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사전을 덮고 잠시 생각해 보았다. 1910년 8월 29일부터 시작된 일제강점기 35년.... 짧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일본에서 들어온 말에 '-자'라고 붙이고 '초보자'라는 뜻으로 사용하다니 어이 없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근대문물이고 선진화인가? 학문적 자존심을 버리고,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버리고 생각 없이 일본식 한자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근대화인가?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였나? '초심자'가 무슨 말인지 몰라서 사전을 뒤적였던 기억이 난다. "'초보자'로구나."하고,일본말인지도 모르고 여기저기 써댄 것을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적어도 우리 후배들은, 우리 아이들은 다르게 자라야 하지 않겠는가? 일본 것을 들이더라도 알고 들여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