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절름발이 본문

살아가는 이야기

절름발이

우균 2013. 12. 18. 02:34

어떤 절름발이 사내가 있었다. 절름발이였기 때문에 당연히 걷는 것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 사내는 왼발이 불편했다. 당연히 오른발은 불평했다. "저 왼발만 아니면 빨리 다닐 수 있을 텐데. 왜 하필 내 옆에서 저런담?" 오른발은 사내에게 화풀이를 하기 시작했다. "주인님, 저 왼발 좀 어떻게 해 주세요. 저까지 도대체 뭐란 말입니까?" 사내는 난감했지만 가만 듣는 수밖에 없었다. 한참동안 시달리던 사내는 이렇게 달래기 시작했다. "그래, 그럼 왼발과 겨뤄보면 어떻겠니? 네가 이기면 네 말대로 해 주마." 사내는 내심 경쟁에서 오른발이 뭔가 배우기를 기대했다. 경쟁하려고 달리다보면 왼발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큰 오산이었다. 경쟁이 될 턱이 없었다. 당연히 오른발이 이겼고 오른발은 사내에게 당당히 요구했다. "주인님, 왼발을 주인님 몸에서 떼 주세요. 저는 더 이상 저 놈과 함께 하지 못하겠습니다." 사내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오른발은 강경했다. 결국 그는 왼발을 자를 수밖에 없었다. 오른발은 더 이상 빨리 다닐 수 없었다. 그 느린 왼발이 있을 때보다 더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오른발은 후회했다. 그러나 이젠 왼발을 탓할 수도, 주인을 탓할 수도 없었다. 오늘도 오른발은 힘겹게 사내를 지탱하고 있다. 운명의 장난인지, 오른발의 엄지 발가락이 과거 자신을 흉내내고 있었다.

경쟁체제 도입. 성과 중심의 사회. 다 좋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옳은 것일까? 그렇게 옳았던, 절름발이 오른발의 역사를 되풀이하는 것은 아닐까?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