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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는 대로

우균 2018. 5. 1. 00:47

'문학동네'의 그림 책 제목이다.

피터 레이놀즈가 쓰고 그린 책을 엄혜숙이란 분이 우리말로 옮겼다.

그림책이지만 내용은 심오하다. 내용 일부를 요약한 글(서지은, 그림책 일기)을 보면 다음과 같다.

레이먼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에요.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나 그렸어요. 어느 날 레이먼이 탁자 위 꽃병을 그리고 있을 때 형이 그림을 보고 "도대체 뭘 그리는 거야?"라며 웃었어요. 형이 놀린 뒤부터 레이먼은 무엇이든 똑같이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잘 되지 않았어요. 몇 달 후 레이먼이 펜을 놓으며 낙담하고 있을 때 여동생 마리솔이 지켜보고 있었어요. 

"넌 뭐야!"

레이먼은 괜히 심통을 부렸죠. 마리솔은 오빠가 그림 그리는 걸 보고 있다고 했어요. 레이먼은 이제 그림 같은 건 안 그린다고 소리쳤죠. 그때 마리솔이 레이먼이 구긴 종이를 들고 도망쳤어요. 레이먼은 가지고 오라고 소리치며 거실을 지나 동생방으로 뛰어들어 갔어요. 

마리솔 방에는 그동안 레이먼이 구겨버린 그림들이 벽에 가득 붙어 있었어요. 마리솔이 그 중 하나를 가리키며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이라고 했어요. 레이먼은 "꽃병을 그렸는데 꽃병처럼 보이지 않아..."라고 말했어요. 이에 마리솔은 "그래도 꽃병 느낌이 나"라고 말했어요. 

레이먼은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느끼는 대로 그리고 싶은 것들이 머리에 샘 솟는 레이먼은 손가는 대로 멈추지 않고 쓱쓱 그렸어요. 느끼는대로 그리는 건 아주 근사한 일이었죠. 레이먼은 느끼는 대로 그림을 그리고 느낌을 담은 글도 쓰게 됐어요. 시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시 느낌이 나는 글이었지요. 레이먼은 그 뒤로도 오래오래 느낌이 가득한 삶을 살았답니다.

나도 혹시 방황했던 레이먼처럼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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