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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논문을 작성하기 위한 세 가지 전략

우균 2020. 9. 8. 10:36

25년쯤 전에 전산학동 2층 휴게실에서 한 해 선배와 나누었던 얘기가 문득 떠오른다. 거긴 전자과 건물로 통하는 브릿지 근처라 사람들이 많이 다니던 곳이었는데, 커피를 마시던 중 실험실 일년 선배 형이 지나가다 말을 걸었었다.

"무슨 고민 있니?"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학위논문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에 관해 질문했던 것 같다. 그 선배 형이 그 때 말해 주었던 답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선배 말이었는지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대답의 내용은 확실히 기억한다. '매번 실험실에서 하는 세미나에 최선을 다해 발표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성과를 계속 점검하고 발표하다 보면, 어느새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고 이것이 학위논문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말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려고 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논문을 작성하기 위한 전략"이다. 크게 다음 세 가지 전략을 세울 수 있는데, 너무 뻔한 내용이라 전략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는 학위 과정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1. 매일 정해진 시간만큼 쓰기
  2. 매일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까지 쓰기
  3. 매일 정해진 페이지 수만큼 쓰기

교육학 박사 조안 볼커(Joan Bolker) 박사에 따르면 3번 전략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1번 전략의 맹점은 정해진 시간 동안 쓰는 일에 매진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앉아서 멍때리고 있거나 공상에 빠져 있을 수도 있다. 2번 전략의 약점은 매일 언제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3번 전략은 무엇인가 쌓여간다는 장점이 있다. 쓰레기같은 글일 수 있어도 초안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 3번 전략은 일을 빨리 끝내고 놀고 싶은 사람에게도 효과적이다.

학위논문이 150페이지라고 하고 초안이 200페이지라고 하자. 하루에 두 페이지씩 쓴다면 100일, 세 달 반이면 초안 작성이 끝난다. 하루에 다섯 페이지씩 쓴다면 두 달 내에 초안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정말 대단한 전략이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쓰기' 위한 전략임을 잊지 말자. 실제로 쓰기 위해서는 내용이 있어야 하고, 내용은 아이디어로부터 나온다. 그러므로 선배의 조언은 여전히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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