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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

우균 2008. 2. 16. 07:07

'나의 살던 고향'은 '내가 살던 고향'으로 고쳐야 한다는 것은 너무 유명한 얘기다. 관형격 조사 '의'를 제대로 쓰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관형격 조사라고 하니까 너무 거창한 것 같은데, 관형어란 다른 명사를 꾸며주도록 만들어 주기 위한 낱말을 말한다. '개'가 '소리'를 꾸며주도록 할 때 '개의 소리'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의'를 관형격 조사라고 한다.

문제는 관형격 조사 '의'가 일본어 '노'로 인해서 의미가 훼손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말에서는 원래 관형격 조사 '의'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대부분 생략되었다고 한다(이오덕, 우리글 바로쓰기). 그런데 일본어 영향으로---40년이었으니 영향이 없었다면 더 이상하겠지---쓸데없이 '의'를 덧붙이게 되었다는 말이다.

'의'에 관한 습관은 정말 고치기 힘들다. 조금 전에도 글을 쓸 때, '2회의 반복'이란 말을 썼었다. 그냥 '2회 반복'이라고 쓰면 될 것을.... '초등학교 때, 이런 사실을 배웠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지난 일을 돌이킬 수는 없는 법.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쓰는 연습을 해야겠다.

'의'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내가 나름대로 세운 원칙은 "소유를 나타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풀어쓰자"는 것이다. '의'가 소유격 외에 사용될 때에는 대부분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나의 살던 고향'은 '내가 살던 고향'과 '내 고향'을 둘 다 나타내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가 살던 내 고향'이라고 써야 맞다. 앞서 언급한 글에서 '2회의 반복'을 쓰려고 했다고 했는데, 그 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2회 만큼만 반복'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2회만 반복'이라고 바꿔 쓰는 것이 맞다. 이렇게 원칙을 정하긴 했지만, 죽기 전까지 고칠 수 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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