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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쟁점 2: 개방 분야

우균 2011. 11. 24. 01:02
우려했던 대로 어제(벌써 그제네요)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이 '전광석화'처럼 통과되었습니다. 뉴스 앵커가 '날치기'란 소리를 제제당했는지 '전광석화'라고 하더라구요. 본회의장에 있던 170명 중에서 151명이 찬성했다고 하지요? 정상적인 통과가 아닙니다. 우리가 뭐 공산국가입니까? 이렇게 논란이 많은 한미 FTA가 만장일치에 가까운 수치(총원 대비 89%, 기권을 제외하면 96% 찬성임)로 통과되었다는 것은 그 절차가 얼마나 비민주적이었음을 거꾸로 말해 주고 있습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한미 FTA가 정말 우리에게 이득인지 살펴봅시다. 거론되고 있는 개방 분야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
2. 농축산물 분야
3. 의약 분야

뉴스에서는 자동차 분야는 우리가 유리하고 농축산물 분야는 우리가 불리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역시 제조업이 단가가 세니까 결국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하네요.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면 여기에도 함정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내 승용차 시장은 현대, 기아, 셰보레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 중 인지도가 높은 현대는 미국에서도 최근 인정받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현대차는 이미 관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현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현대 차를 팔기는 하지만 미국산 현대 차가 되는 거지요. 앨라배마 공장이 가동된 지는 오래 되었고 타 지역에 확대하는 것이 전략입니다. 기아 차도 조지아 공장 등 현지 생산이 활발한 편입니다. 이 차들은 미국 입장에서 국내산이기 때문에 관세가 없습니다. FTA로 이득을 보는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반면 농축산물은 어떤가요? 미국 내 농축산물 생산량은 어마어마합니다. 일단 땅덩이 크기에서 비교가 안 됩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농가 주인들이 부자들입니다. 엄청난 크기의 땅을 소유하고 있으며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닙니다. 전화로 씨 뿌리는 사람, 농약 주는 사람을 불러 농사를 짓습니다. 소규모 우리 농촌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남북한 합친 우리나라 전체 국토와 비슷한 크기의 한 주에 한 농작물을 주로 심습니다. 생산량에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저렴한 값으로 식재료를 살 수 있으니 좋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농산물이 저가로 물량 공세를 반복하면 우리나라 농축산업 기반은 필연적으로 무너지게 됩니다. 그 이후에는 가격을 올려도(물론 터무니 없이 올리진 않겠지요. 휘발유 값처럼 서서히 올릴 겁니다. 참고로 지난 15년간 휘발유 값은 3배도 넘게 뛰었습니다.) 우리는 다른 선택권이 없습니다. 우리에겐 이미 농업이 없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흔히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프랑스나 미국이나 농경국가입니다. 선진국이라고 농사를 등한시하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조상들이 얘기했던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을 실천하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제조업은 현지 공장을 세워서 관세에 대처할 수 있겠지만, 농축산 분야는 현지 공장 개념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땅이 있어야 되고 기후가 있어야 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것을 개방시켜 준 것입니다. 그것도 전혀 체급도 맞지 않는 나라에게 말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제조업의 이득(거의 이득이 없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그 이득)과 농축산물의 손해(여기는 다 잃는 것임)가 비슷하다고 합시다. 그럼 남는 것은 의약 분야입니다. 이 분야에서 선전해야 우리가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가요? 영화 '식코' 보셨나요? 미국의 병원 진료비는 무시무시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미국에 계신 교포들도 우리나라의 의료보험(건강보험) 제도를 가장 부러워합니다. 그런데 이 시장이 개방되었습니다. 영리병원(의사가 아니어도 자본만으로 세울 수 있는 병원)이 들어오는 것은 기정 사실이며 복제약 판매도 점차 줄어들게 되어 약 값이 오르는 것도 기정 사실입니다. 더 나아가면 민영화가 이루어지고 건강보험은 폐기되겠지요.

이래도 한미 FTA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입니까? 그 '국익'의 국가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대통령입니까? 국회의원입니까? 아니면 재벌입니까? 국가의 주인은 국민 아닙니까? 국민을 대신해서 나라 살림을 잘 꾸려 나가라고 투표하여 집사를 뽑아 놓았더니 주인에게 아무 상의도 없이 집을 팔아 버렸습니다. 대문 열쇠를, 곳간 열쇠를 제멋대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제 정신입니까? 아직도 촛불들고 있으면 빨갱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것은 좌파, 우파가 문제가 아닙니다.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한 번만이라도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의약 분야 참고: http://ashkenazy.tistory.com/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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