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우리글 (59)
살아가는 이야기
'대로'를 사전에서 찾아 보니 활용 형태가 두 가지다. 하나는 '의존 명사'고 다른 하나는 '조사'다. 의존 명사라면 앞 단어와 띄어 써야 하고 조사라면 붙여 써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조사'로 활용되는 경우는 딱 다음 두 가지밖에 없었다. 1. 근거를 나타내는 보조사: 법대로 처리해! 2. 따로 구별됨을 나타내는 보조사: 연필은 연필대로 분류하거라. 이 외에는 모두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예컨대하던대로 해(X)가 아니고 하던 대로 해(O)가 맞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입장'이란 말이 일본말이라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과거 일본어를 배울 때, '장합(場合)'이란 말이 있었다. '장합'은 지금도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이 단어의 '장'과 입장의 '장'이 같은 한자다. '입장'이란 말도 일본어 '다찌바(立場)'라는 말을 음독한 것이라고 한다. 입장 -> 처지 입장은 '처지(處地)'로 순화해 쓰는 것이 맞다고 한다. 입장 차이일 뿐 이라고 쓰면 안되고, 처지가 다를 뿐 이라고 써야 맞다.
예전에 맞춤법이 개정될 때 사이시옷이 거의 없어졌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왠만한 사이시옷을 생략하고 썼었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이 얼추 맞아 들어갔다. 예를 들어 예전엔 '소수(prime number)'를 '솟수'로 썼었는데, '소수'로 쓰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것을 착각해서 '횟수'를 '회수'로 썼었다. 그런데 이건 큰 착각이었다. '횟수(回數)'는 '회수'로 쓰지 않고 그대로 '횟수'라고 쓴다. '회수'라고 쓰면 '다시 거둬들인다'는 뜻의 '회수(回收)'가 된다. '시옷'하나는 작은 글자일지 몰라도, 뜻에는 큰 차이가 있다.
부산대 방송국 아침 방송 끝자락에 최강국 교수가 등장한다. 축제 후유증으로 시달리는 학우들에게 조언을 해 주기 위해서 등장하는데, 최교수님을 소개하는 아나운서 발음이 영 거슬린다. "휴유증이 아니라 후유증이라고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아마 아나운서도 뻔히 알고 있는 말이겠지만, 발음하다 보면 그렇게 발음될 때가 있다. 마치 구개음화 역행동화처럼 말이다. 이렇게 발음되는 것도 부르는 말이 있을 텐데, 언어학 초보자인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런 현상을 찾아서 모아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정말 띄어쓰기가 어렵다고 생각하게 된 사연 하나. 정말 어렵다고 느낀 이유는 바로 살펴보다 때문이다. '보다'라는 동사는 '눈으로 사물을 본다'는 의미로도 쓰이지만 '시도해 보다'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시도한다는 의미로 사용될 때는 보조동사로 분류되기 때문에 앞 단어와 붙여 써도 되고 띄어 써도 된다. 원래는 띄어 쓰는 것만 맞는 것이었는데, 최근 개정된 맞춤법에서는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해서 "살펴보다"를 다음과 같이 띄어 써도 된다고 생각하면 이건 큰 오산이다. 살펴 보다 그 이유인 즉, "살펴보다"라는 동사가 따로 존재하기 때문. "살피다"라는 동사와 거의 같은 의미로 "살펴보다"라는 동사가 별도로 존재한다. 그래서 "살펴보다"를 "살펴 보다"로 쓰면 잘못 띄어 쓴 것이 ..
프로그래밍 분야에는 '재귀함수'라는 것이 있다. 함수가 자신에게 다시 적용될 때 이런 함수를, '다시 올아온다'는 뜻에서 재귀함수라고 부른다. "띄어쓰기"란 함수를 "띄어쓰기"에 다시 적용해 보면 어떨까? 다시 말해서 띄어쓰기 가 맞을까 띄어 쓰기 가 맞을까? 정답은 붙여 쓰는 "띄어쓰기"가 맞다. 주의할 점은 "띄어쓰기"라는 명사 형태로 쓸 때만 그런 것이다. 만약 "띄다"를 독립적으로 쓴다면 상황에 맞게 띄어 써야 한다. "띄다"는 "띄우다"가 줄어든 말이므로 이 두 낱말은 띄어써야 한다. 는 잘못된 띄어 쓴 것이고 이 두 낱말은 띄어 써야 한다. 가 맞게 쓴 것이다. 만약 "띄어쓰기하다"라는 단어를 쓴다면 붙여서 써야 한다. 즉 이 두 낱말은 띄어쓰기해야 한다. 는 맞게 띄어 쓴 것이고 이 두 낱말..
예전에, "~ 하다"에서 "~"에 해당하는 말이 '동작을 나타내는 명사'면 뒤에 있는 "하다"는 붙여써야 한다는 것을 얘기했었다. 이것 때문에 "~ 가능하다"에 대한 띄어쓰기가 혼동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행하다 가 맞는 것이라면 실행가능하다 로 붙여 써야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 아쉽게도 우리 생각과는 달리 정답은 "땡~. 띄어 써야 한다."는 것이다. "~ 하다"에서 "하다"는 접미사 역할을 하지만, "~ 가능하다"에서 "가능하다"는 형용사 역할을 한다. 따라서 "~ 가능하다"는 앞 단어에 격조사가 있든 없든 띄어 써야 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쓰는 것이 맞다. 실행 가능하다 실행이 가능하다 "~ 가능하다"라는 말은 "~할 수 있다"로 쓰는 것이 좋다는 것은 예전에 말한 적이 있다. 그..
'페이소스'라는 말을 듣고 '샐러드 소스'나 '스테이크 소스'를 떠올린 사람이 한둘은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주로 '평론'이라는 제목을 꿰찬 글에 많이 나타난다. 내가 이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 때였던 것 같다. 어떤 영화에 대한 평론이었던 것 같은데, 매우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지만 바로 이 단어 때문에 기분을 망쳐 버렸다. 무슨 뜻인지 모르고 한 동안 지내다가 사전을 찾아 보았다. 'pathos'. 이런 망할. 원어라도 밝혀 놓든지... 당시에는 '로고스와 파토스(logos and pathos)'라는 찻집도 유행할 때였다. 어쨌거나 여기서는 단어의 뜻을 설명하는 곳이니까 그 뜻을 적어야 겠지. PATHOS: 애수, 슬픔, 비애, 열정, ... "짙은 페이소스가 느껴진다."라는 말 대신 "짙은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