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우리말, 우리글 (71)
살아가는 이야기
일전에 '만하다' 띄어쓰기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글에서 다룬 '만하다'는 앞에 활용형이 나타나는 '-ㄹ 만하다'였다. 이 경우에 '만하다'는 보조용언으로서 앞 활용형과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며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한다. 그래서 아래 둘 다 맞다.정말 볼 만한 광경이다. (O) 정말 볼만한 광경이다. (O)(사실 뜻이 약간 다르다. 전자는 '볼 가치가 있다'는 뜻이고 후자는 '아름답다'라는 뜻이다. 두 가지 뜻이 같은 것처럼 생각된다면 두 사람이 삿대질하며 싸우는 광경을 생각해 보자. 이는 '볼 만하지만', '볼만한' 것은 아니다.)그런데 '만 하다'가 체언 뒤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쟁반만 하다', '형만 하다' 등의 경우가 바로 이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만'은 조사, '하다'는 형용..
오래 전에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문든 다시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왠지'와 '웬일'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이럴 때 끝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근원을 찾는 것이다. 이 글에서 간단히 두 단어의 근원을 찾아보자. 1. '왠지'('웬지'가 아님)의 근원은 '왜인지'이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햄버거가 땡기네.오늘은 '왜인지'(왜 그런지) 모르게 햄버거가 땡긴다('당기다'의 방언)는 뜻이다. '왜 그런지'의 줄임말이 '왠지'이다. 그러므로 '웬지'는 말이 안 된다.2. '웬일'('왠일'이 아님)의 근원은 '우옌 일'이다.자빠졌는데 코가 깨졌다고? 웬일이니?'우옌 일'(어찌된 일)인지 궁금하다는 뜻이다. 사실 '우옌'은 '어찌된'의 방언으로 '우옌'의 줄임말이 '웬'이다. 그러므로 '왠일'은 말이 안 된다..
사물이 주어일 때 '갖고 있다'나 '갖는다'의 서술어를 쓰면 매우 어색하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영어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자연과학이나 공학 분야의 글에서 나타나는데 이런 글을 번역투의 글이라고 한다. 영어에서는 사물을 주어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물이란 반드시 구체적인 물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개념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아닌 수동적인 대상을 뜻한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글을 보자.이 방법은 각 매개변수 개수에 대해 별도의 메소드 정의가 필요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이 문장은 '방법'이라는 사물을 주어로 삼고 있다. 그리고 서술어는 '갖고 있다'라는 능동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문장은 관찰자 시점의 객관적인 서술어인 '있다'를 쓰면 자연스럽게 해결된..
'듯하다' 띄어쓰기가 너무 복잡하여 요약판 글을 준비했다. '듯하다'의 띄어쓰기는 두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하나는 앞 글자와 '듯' 사이의 띄어쓰기이고 다른 하나는 '듯'과 '하다'의 띄어쓰기이다. '듯하다'의 '듯'은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의 형태로 나타난다.1. 어미 '-듯'2. 의존 명사 '듯'3. 보조 용언(보조 형용사) '듯하다'어미로 사용된 1의 경우에는 앞 단어(엄밀히 말하면 단어가 아니라 용언의 어간임)에 무조건 붙여야 한다. 의존 명사로 사용된 2의 경우에는 앞 단어와 무조건 띄어 써야 한다. 보조 용언으로 사용된 3의 경우에는 앞 단어와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붙여 써도 된다.1. 어미 '-듯'인지 구별해 내는 법앞에 쓰인 단어가 용언의 어간인지 활용형인지 구별하면 된다. 어간이면..
바야흐로 띄어쓰기 대마왕이 나타났으니 그건 바로 '듯하다'이다. 먼저 '듯'의 뜻을 생각해 보자. '듯'의 뜻은 '비슷한', '유사한'과 같은 뜻이다. 그러므로 뜻만 생각해 보면 '듯'은 형용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우리말 '듯'은 무려 품사가 두 개! 하나는 의존 명사(유사한 상태 자체를 나타내는 말. 기본형은 '듯')이고 다른 하나는 보조 형용사(다른 어떤 것과 유사한 상태임을 보충해 주는 말. 기본형은 '듯하다')이다. 여기서만 끝나면 다행이지만 또 하나의 '듯'이 있으니 이것은 바로 어미(mother가 아니라 suffix)이다. 어미(말꼬리)란 말 뜻 그대로 말의 끝에 붙어서 앞에 있는 어간(말몸통)의 뜻을 바꾸어주는 기능을 한다. 우리말은 어미와 조사가 많이 발달한 언어이지만, 조사가 ..
'안 되.'가 말이 돼? 말은 될지 몰라도 글은 될 수 없지. 안 되고 말고... '안 되.'는 틀렸다. '안 돼.'가 맞다. 그렇지만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외우려면 '안 돼애애애~!'라고 길게 소리치는 것을 연상하면 외우기 쉬울 것 같다. 인터넷을 여기 저기 찾아 본 결과, 의심되는 '되/돼'를 '하/해'로 바꾸어서 괜찮은 것 같으면 해당되는 것을 쓰면 된다고 한다. 바로 앞 문장에 이 규칙을 적용해 보면 "의심되는 -> 의심하는", "해당되는 -> 해당하는" 등으로 잘 들어맞는 것 같다. 다만 이 규칙을 적용할 때 그 단어에만 한정해서 살펴야지 전체 문장으로 보면 주변 문맥과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주어에 능동, 수동의 의미가 있을 때는 의미까지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는..
1. 그는 부도덕한 일을 서슴지 않았다. 2. 그는 부도덕한 일을 서슴치 않았다. 어떤 것이 정답일까? 답은 1번이다. 답의 근거는 동사의 기본형에서 찾을 수 있다. '서슴다'가 기본형이며 '서슴하다'는 잘못된 말이다. 따라서 1이 답이 되는 것이다. 동사의 기본형이 '서슴하다'라면 '서슴ㅎ지'로 쓸 수 있고 따라서 '서슴치'로 쓸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서슴다'가 기본형이다. "고객님 어려워서 당황하셨죠? 그럼 외우세요!" ㅋㅋ
1. 쓸모있다 2. 쓸모 있다어떤 것이 맞는 것일까? 답은 2번.3. 쓸모없다4. 쓸모 없다어떤 것이 맞는 것일까? 답은 3번.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 먼저 확실히 해 두고 싶은 것은 '쓸모 있다'와 '쓸모없다'의 '쓸모'는 같은 뜻이다. 어떤 일에 필요한 정도, 소용 등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런데 '쓸모 있다'는 정확히 그 뜻으로 사용된다고 보는 반면 '쓸모없다'는 더 다른 뜻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말하자면 '부질없는', '어쩔 수 없는' 어떤 상황을 나타낼 때 '쓸모없다'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법적으로 따지자면 '쓸모없다'의 '-없다'는 접미사가 아니라 형용사이다. '-없다'라는 접미사는 국어 문법에 존재하지 않는다. '쓸모없다'는 '쓸모'라는 명사와 '없다'라는 형용사의 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