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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부산대 방송국 아침 방송 끝자락에 최강국 교수가 등장한다. 축제 후유증으로 시달리는 학우들에게 조언을 해 주기 위해서 등장하는데, 최교수님을 소개하는 아나운서 발음이 영 거슬린다. "휴유증이 아니라 후유증이라고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아마 아나운서도 뻔히 알고 있는 말이겠지만, 발음하다 보면 그렇게 발음될 때가 있다. 마치 구개음화 역행동화처럼 말이다. 이렇게 발음되는 것도 부르는 말이 있을 텐데, 언어학 초보자인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런 현상을 찾아서 모아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정말 띄어쓰기가 어렵다고 생각하게 된 사연 하나. 정말 어렵다고 느낀 이유는 바로 살펴보다 때문이다. '보다'라는 동사는 '눈으로 사물을 본다'는 의미로도 쓰이지만 '시도해 보다'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시도한다는 의미로 사용될 때는 보조동사로 분류되기 때문에 앞 단어와 붙여 써도 되고 띄어 써도 된다. 원래는 띄어 쓰는 것만 맞는 것이었는데, 최근 개정된 맞춤법에서는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해서 "살펴보다"를 다음과 같이 띄어 써도 된다고 생각하면 이건 큰 오산이다. 살펴 보다 그 이유인 즉, "살펴보다"라는 동사가 따로 존재하기 때문. "살피다"라는 동사와 거의 같은 의미로 "살펴보다"라는 동사가 별도로 존재한다. 그래서 "살펴보다"를 "살펴 보다"로 쓰면 잘못 띄어 쓴 것이 ..
프로그래밍 분야에는 '재귀함수'라는 것이 있다. 함수가 자신에게 다시 적용될 때 이런 함수를, '다시 올아온다'는 뜻에서 재귀함수라고 부른다. "띄어쓰기"란 함수를 "띄어쓰기"에 다시 적용해 보면 어떨까? 다시 말해서 띄어쓰기 가 맞을까 띄어 쓰기 가 맞을까? 정답은 붙여 쓰는 "띄어쓰기"가 맞다. 주의할 점은 "띄어쓰기"라는 명사 형태로 쓸 때만 그런 것이다. 만약 "띄다"를 독립적으로 쓴다면 상황에 맞게 띄어 써야 한다. "띄다"는 "띄우다"가 줄어든 말이므로 이 두 낱말은 띄어써야 한다. 는 잘못된 띄어 쓴 것이고 이 두 낱말은 띄어 써야 한다. 가 맞게 쓴 것이다. 만약 "띄어쓰기하다"라는 단어를 쓴다면 붙여서 써야 한다. 즉 이 두 낱말은 띄어쓰기해야 한다. 는 맞게 띄어 쓴 것이고 이 두 낱말..
예전에, "~ 하다"에서 "~"에 해당하는 말이 '동작을 나타내는 명사'면 뒤에 있는 "하다"는 붙여써야 한다는 것을 얘기했었다. 이것 때문에 "~ 가능하다"에 대한 띄어쓰기가 혼동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행하다 가 맞는 것이라면 실행가능하다 로 붙여 써야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 아쉽게도 우리 생각과는 달리 정답은 "땡~. 띄어 써야 한다."는 것이다. "~ 하다"에서 "하다"는 접미사 역할을 하지만, "~ 가능하다"에서 "가능하다"는 형용사 역할을 한다. 따라서 "~ 가능하다"는 앞 단어에 격조사가 있든 없든 띄어 써야 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쓰는 것이 맞다. 실행 가능하다 실행이 가능하다 "~ 가능하다"라는 말은 "~할 수 있다"로 쓰는 것이 좋다는 것은 예전에 말한 적이 있다. 그..
직업이 직업인지라 논문을 읽다 보면 정말 눈에 거슬리는 글을 많이 보게 된다. 오늘 본 이상한 글은 바로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실행이 가능하다. 이런 문장의 아류로는 다음과 같은 문장들을 들 수 있다. 효율 향상이 가능하다. 효율적 수행이 가능하다. 효과적인 제작이 가능하다. 이런 문장은 "It is possible that ..."이라는 영어 표현을 그대로 직역하는 버릇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글로 쓸 때에는 그냥 간단히 "~할 수 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실행할 수 있다.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효과적으로 제작할 수 있다. 맨 끝 문장은 제작이라는 말 대신에 "만들다"를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다. 누군가 주장한 것처럼, ..
쉼표는 말 그대로 쉬어가는 위치를 나타내기 위한 기호다. 그런데 쉼표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있는데, 꾸며주는 대상을 쉼표가 바꿀 수 있다. 다음 문구를 보자. 작은 신의 아이들 예전에 이런 제목이 붙은 영화가 있었다. 난 그 영화를 보진 못했지만, 만약 그 제목이 위 문구대로였다면 '작은'이란 단어는 '신'을 꾸며 준다. 따라서 '신'이 작다는 의미다. 반면 이 글 제목처럼 다음과 같이 문구를 썼다면 작은, 신의 아이들 '작은'이란 수식어구 다음에 한 박자 쉬기 때문에, 이 틈에 '신의'라는 문구는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작은'이란 단어는 '아이들'을 꾸며 준다. 쉼표, 아주 작은 기호지만 때론 큰 역할을 한다.
우리글로 글을 쓸 때 묶음표는 앞 단어를 더 자세히 부연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다. 따라서 이 글 제목처럼 묶음표를 앞 단어에 붙여 써야 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쓰면 안 된다. 묶음표 (괄호) 사용법 대신 다음과 같이 써야 한다. 묶음표(괄호) 사용법 사람들이 이것을 혼동하는 이유는 Microsoft 워드 때문인 것 같다. 워드를 비롯한 MS 오피스 프로그램은 제멋대로 괄호를 앞 단어와 떼어 버린다. 또 다른 이유로는 영어권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이 영문 글에서 쓰는 방식을 그래도 쓰기 때문인 것 같다. 영어로 글을 쓸 때에 묶음표는 생략해도 되는 어구를 감싸는 용도로 사용한다. 따라서 묶음표의 앞과 뒤를 모두 떼어서 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써야 한다. The usage of parentheses (r..
'조엘 온 소프트웨어'처럼 꽤 유명한 책에도 '기반하다'라는 말을 꽤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영어의 'based on'을 간단하게 번역하려고 할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한때 나도 모르고 자랑스럽게 '기반하다'란 단어를 쓰곤 했었다. 그런데 '~하다'란 말은 원래 동작을 나타내는 명사에 붙여 써야 한다. '공부하다', '등산하다'처럼 말이다. 아무 명사에나 붙이면 매우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진다. 물통하다. 달력하다. 그런데 '기반하다'도 마찬가지다. 올바르게 쓰려면 다음과 같이 풀어 써야 한다.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바탕으로 하고 있다. ('조엘 온 소프트웨어' 역자님, 심기가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 여기 쓴 글은 제 실수를 바탕으로 쓰고 싶었지만, 책의 유명세 덕 좀 볼까하고 이렇게 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