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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예전에 편지를 보낼 때 쓰는 서식에서 '수취인'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이것은 일본식 한자어라고 한다. 원래 우리말에는 없던 한자어였다고 한다. 사실 일본말은 우리말과 다른 느낌이 있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쓰면 알 수 있지만, 일본식 한자어가 더 문제다. 요즘엔 다행히도 '받는 사람'이라고 순화해서 쓴다. 역시 책을 반납하기 전에 일본식 한자어를 모두 적어 보겠다(참고: 박숙희, 반드시 바꿔 써야 할 우리말 속 일본말). 가료 가봉 가처분 ** -> 임시처분 각서 ** -> 약정서 간수 ** -> 교도관 거래선 * -> 거래처 건폐율 * 검사역 검침원 * 격자문 견습 ** -> 수습 견양 -> 보기, 서식 견적 ** -> 추산 견출지 ** -> 찾음표 결석계 -> 결석 신고서 계주 ** -> 이..
동그란 점으로 장식된 무늬를 '땡땡이 무늬'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가 이 말을 처음 들은 것은 대학 때였다. 그런데 이것이 일본말이라니! 일본말 '뗀뗀가라(점박이 무늬)'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땡땡이 무늬'는 '점박이 무늬'나 '물방울 무늬'로 순화해서 써야 한다고 한다(참고: 박숙희, 반드시 바꿔 써야 할 우리말 속 일본말). 말이 나온 김에 이 책에 있는 우리말 속 일본말을 모두 적어 보겠다. 가께우동 가다 카도집 가라 카부라 가오 겜뻬이 고데 고바이 곤로 곤색 곤조 구가다 구루마 구찌 기도 기리까에 가마이 꼬붕 기스 낑깡 나가리 나까마 나래비 네다바이 노가다 노깡 다꽝 다대기 다라이 다마 다마네기 다시 단도리 단스 데모도 덴싱 뎃기리 도끼다시 도리우찌 도비라 뗑깡 뗑뗑이 가라 똔똔 마도와꾸 마..
추리닝, 난닝구, ... 이런 말을 쓰면 왠지 정감 있게 들린다면, 그래서 계속 쓰고 싶다면, 당신은 이미 일본말의 노예가 된 셈이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난닝구 바람이라도 난 독도를 지키고 서 있겠다'고 말하면 정말 뭔가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가? '추리닝'은 '연습(training)할 때 입는 옷'을 부르는 말이다. 우리는 '트레이닝'이라고 발음할 수 있지만 일본인들은 이 발음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추리닝'이라고 부른 것이다. 그것도 줄여서... '난닝구'는 그럼 뭐겠는가? 'running shirts'에서 'running'만 떼어 '난닝구'라고 부른 것이다. '추리닝'은 '체육복', '운동복'으로 순화해서 사용해야 한다. '난닝구'는 '속옷'이라고 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런닝셔츠'라고..
부산에 살다 보니 아무래도 생선회를 더 많이 먹게 된다. 횟집에 갈 때, 간혹 "쯔께다시"라는 말을 접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이 집은 쯔께다시는 별론데 회 맛은 끝내줘." 라거나 "쯔께다시는 훌륭한데 회 맛은 별로다." 라는 말을 쓰게 된다. 어떤 사람은 "쓰께다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도대체 "쯔께다시"가 뭘까? 당연히 예상하신 대로 일본말이다. 본 요리 전에 나오는 '전채요리'처럼 중심이 되는 요리에 곁들여 나오는 반찬을 쯔께다시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럼 그냥 "반찬" 아닌가! '반찬'이라면 밥과 곁들여 먹는 것인데, 회랑 곁들여 먹어서 "쯔께다시"라고 부르는 것인가? '반찬'이 쑥스럽다면 '기본 반찬'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엽서'가 일본말이라니... '입장', '소포', 등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쓰는 말도 일본말에서 온 것이 많다고 한다. 국토의 철심만 뽑을 것이 아니라 우리말에 박힌 철심도 뽑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말 속 일본말을 더 많이 보시려면 아래 사이트를 방문해 보시기 바란다. http://www.tufs.ac.jp/ts/personal/choes/bibimbab/ilbonmal/Silbon.html
'대로'를 사전에서 찾아 보니 활용 형태가 두 가지다. 하나는 '의존 명사'고 다른 하나는 '조사'다. 의존 명사라면 앞 단어와 띄어 써야 하고 조사라면 붙여 써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조사'로 활용되는 경우는 딱 다음 두 가지밖에 없었다. 1. 근거를 나타내는 보조사: 법대로 처리해! 2. 따로 구별됨을 나타내는 보조사: 연필은 연필대로 분류하거라. 이 외에는 모두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예컨대하던대로 해(X)가 아니고 하던 대로 해(O)가 맞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입장'이란 말이 일본말이라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과거 일본어를 배울 때, '장합(場合)'이란 말이 있었다. '장합'은 지금도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이 단어의 '장'과 입장의 '장'이 같은 한자다. '입장'이란 말도 일본어 '다찌바(立場)'라는 말을 음독한 것이라고 한다. 입장 -> 처지 입장은 '처지(處地)'로 순화해 쓰는 것이 맞다고 한다. 입장 차이일 뿐 이라고 쓰면 안되고, 처지가 다를 뿐 이라고 써야 맞다.
예전에 맞춤법이 개정될 때 사이시옷이 거의 없어졌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왠만한 사이시옷을 생략하고 썼었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이 얼추 맞아 들어갔다. 예를 들어 예전엔 '소수(prime number)'를 '솟수'로 썼었는데, '소수'로 쓰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것을 착각해서 '횟수'를 '회수'로 썼었다. 그런데 이건 큰 착각이었다. '횟수(回數)'는 '회수'로 쓰지 않고 그대로 '횟수'라고 쓴다. '회수'라고 쓰면 '다시 거둬들인다'는 뜻의 '회수(回收)'가 된다. '시옷'하나는 작은 글자일지 몰라도, 뜻에는 큰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