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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역할'이 일본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땅한 우리말을 찾지 못해 그동안 힘들었다. 이제 고민 끝! '구실'이라는 좋은 말이 있었다. '소임'이라는 말도 있으나 한자어이기도 하고, 직접 써 보면 매우 어색해 진다. '노릇'이라는 말도 있으나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는 단점이 있다. '기능'도 괜찮지만 너무 공대 냄새가 난다. 그래서 '구실'이 딱이다. CPU는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한다. -> CPU는 컴퓨터의 '두뇌' 구실을 한다.
88올림픽 표어는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힘차게"였다(http://blog.naver.com/xk2j258qq7/30046337178). 올림픽 표어 "Citius, Altius, Fortius"---라틴어로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힘차게'라는 뜻임---를 그대로 번역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표어에는 부끄러운 약점이 있으니 바로 '보다'를 부사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국어사전에도 엄연히 나와 있는데 괜찮은 것 아닌가요?", "너무 깐깐하게 굴 건 없잖아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보다'라는 부사는 일본어를 무책임하게 그대로 직수입한 것이다(http://ask.nate.com/qna/view.html?n=3132826). 그러므로 88올림픽 표어는 다음과 같이 써야 한다...
지난 주말 식사하다가 아이가 소맥분이 뭐냐고 물었다. 소맥분(小麥粉)은 '밀가루'다. 밀이 생긴 것이 보리와 비슷하고(http://www.lostmemory.kr/ze/xe/21455) 보리보다 작아서 '소맥'이라고 한다. 보리는 '대맥'이라고 한단다. 어떤 국어사전에는 '소맥분'이라는 단어가 아예 나오지 않는다. 일어사전에는 나오는 것으로 봐서, 소맥, 대맥은 일본에서 유입된 말로 추정된다. 아무튼 우리는 밀가루라고 하는 편이 더 좋다. 왜냐하면 우리밀뿐만 아니라 우리말도 사랑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본에서 유입된 말이 맞다. 다음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참고: http://blog.yahoo.com/_THSNFX5FD53SMVI3XFFU6..
아래 글을 읽고 어색한 부분을 찾아 보자. 나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의 좌우명은 '정직'이다. '정직'은 다른 말로 하면 '참'이며 참은 곧 거짓이 없다는 의미이다. '정직'은 내 삶의 방패이며 길잡이이다. 위 글에서 어색한 부분을 찾는다면 바로 '-이다'라는 어미 부분이다. '-이다'는 앞에 있는 단어를 서술어로 바꾸어 주는 서술격 조사인데, 앞에 있는 단어가 모음으로 끝나면(받침이 없으면), '-다'로 쓸 수 있다. 맞춤법에 따르면 구어체에서 일어나는 생략현상이라고 하는데(참고: 우리말 바로쓰기 http://krdic.naver.com/rescript_detail.nhn?seq=1838), 내 생각에는 생략하는 편이 더 낫다. 생략하면 글이 더 짧아지고, 짧은 글은 더 강하며, 강한 글이 더 읽기 쉽..
이전 맞춤법에 따르면 '수'와 '밖'이 모두 의존 명사이므로 '수밖에'는 '수 밖에'로 띄어 쓰는 것이 맞다. 그러나 개정 맞춤법[문교부 고시 제88-1호(?)]에 따르면 '수밖에'는 붙여 써야 한다. '~밖에'를 조사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문제가 여기서 끝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밖'은 명사로도 쓰인다. 예컨대 밖에 나가 놀아라. 라고 한다면 여기서 '밖에'는 조사일 수 없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는 띄어 쓰고 어떤 경우는 붙여 쓰는 이상한 띄어쓰기가 되어 버렸다. 단적으로 말해서 '수밖에'와 같은 경우에는 붙여 쓰고, 그 밖에는 띄어 쓰야 한다. 여기서 그 밖이란 지금 이 예문에서 나타난 '그 밖'과 같은 경우다. 오히려 혼란스럽게 한 것 같아---사실 개정 맞춤법 자체가 좀 그렇다--- 다시 정리..
아버지를 하늘로 보내 드리고 찾아 주신 분들께 인사를 드리다 보니 '치렀다'가 맞는지 '치뤘다'가 맞는지 헛갈렸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 보니 '치렀다'가 맞는 말이었다. 염려해 주신 덕분에 잘 치렀습니다. (O) 염려해 주신 덕분에 잘 치뤘습니다. (X) '치뤘다'는 '치루었다'의 준말이므로 '치루다'라는 단어가 있어야 하는데, '치루다'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치르다'라는 단어가 있었는데 이 단어의 뜻이 바로 위 예문의 뜻인 '해내다'라는 뜻이다. 왜 이렇게 헷갈린 것일까? 아마도 사역(시킴)을 뜻하는 '우'가 들어간 다른 단어들이 많기 때문인 것같다. 차다 -> 채우다 -> 채웠다 자다 -> 재우다 -> 재웠다 비다 -> 비우다 -> 비웠다 ... 그러나 '치르다'는 '치렀다'가 맞다. ..
조금 전에 라디오에서 '기라성'이라는 말을 들었다. 왠지 마법사가 살 것만 같은 이 '기라성'은 '샛별'에 대한 일본말이다. '샛별'은 우리나라에서 새벽에 볼 수 있는 별, '금성'이다. 금성은 지구보다 태양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볼 수 있는 별이다. 일본에서는 '장래가 촉망되는 어떤 대상'을 가리키는 말로 '기라성'이란 말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일본말이란 사실도 모르고 엉뚱하게 '대가'를 의미하는 뜻으로 '기라성'을 사용하는 것 같다. 지금이라도 고치지 않는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여기서 '구축'이란 말 때문에 심히 혼란스러운 얘기가 된다. 사실 '악화', '양화'라는 말도 일상적으로 쓰는 말은 아니다. 차라리 원문을 보면 더 이해하기가 쉽다. "Bad money drives out good." 토마스 그레샴(Thomas Gresham)이란 경제학자가 한 말이라고 한다. 실제 금화가 유통되고 있는 시장에 가짜 금화를 같은 가치로 유통시키면 실제 금화는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저마다 좋은 돈을 개인적으로 보관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구축'이란 '驅逐'을 의미하는데, '구축함', '축출' 등에 쓰이는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구축'은 보통 '構築'으로서 'construction'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이 번역했는지 모르지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