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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열 살 때, 내 동생 연희가 같은 학교로 입학했다. 입학식 때는 아버지가 오셨지만, 그 전에 예비소집할 때는 부모님이 모두 오시지 못해서 내가 동생을 마중나가야 했던 것 같다. 정확히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데, 그 때 담임 선생님께 사정 얘기를 하고 청소에 빠지고 운동장으로 나갔던 것 같다. 초등학교 삼학년 담임 선생님 성함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조금 뚱뚱한 분이셨는데, 운동장에서 동생이 어디로 모이는지 몰라서 선생님께 여쭤봤더니 짜증을 내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에 동생을 어떻게 만나고 일을 끝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잘 기억나지 않는 것으로 봐서 잘 만나서 잘 끝냈던 것 같다. 스무 살 때, 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집에서 떨어진 곳이라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하루 일찍 기숙사에 와..
가끔은 세상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살 필요가 있다. 산책하다가 우리는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돌아갈 곳이 없는 산책은 방랑이며 돌아갈 곳을 모르는 산책은 방황이다. 오늘 하루는 산책해 보자. 마음이 아마 조금 가벼워 질 것이다.
'빈센트(Vincent)'라는 노래가 있다. 대학 2학년 때 처음 들었던 노래인데, 잔잔한 선율이 인상적인 노래였다. 고흐와 관련된 노래라는 것은 나중에 안 사실이다. 웹에서 노래 가사를 구했다. Vincent, Don McLean Starry, starry night. 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ey, Look out on a summer’s day, With eyes that know the darkness in my soul. Shadows on the hills, Sketch the trees and the daffodils, Catch the breeze and the winter chills, In colors on the snowy linen land. Now I ..
붙들 수 없는 꿈의 조각들은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쳇바퀴 돌 듯 끝이 없는 방황에 오늘도 매달려 가네 거짓인 줄 알면서도 겉으론 감추며 한숨 섞인 말 한마디에 나만의 진실 담겨 있는 듯 이제 와 뒤 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 가리
내겐 큰아버지가 두 분 계셨다. 지금은 두 분 다 돌아가셨다. 두 분 큰 아버지 중에서 형님되시는 분은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다. 6.25 사변 때 818 고지에서 전사하셨다. 우리 아버지는 그 때 고등학교 졸업반이셨다고 한다. 야간 대학에 합격하셨지만, 집안 사정상 입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힘들어서 입학을 포기하고 계셨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큰아버지 전사 위로금이 그 때 지급되었다. 그래서 전사 위로금으로 입학금을 충당하실 수 있었다. 물론 대학에 입학하신 후에는 아르바이트를 해 가며 대학을 다니셨다. 전사 위로금은 입학금 정도만 충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경부고속도록 놓는 공사가 있었는데, 여기 일꾼으로 아르바이트를 하시기도 했고 풀빵장사를 하시기도 했다. 큰아버지는 살아 계실 ..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무덤덤하게 하루를 보내는 일도 있지만, 느낌이 있는 하루도 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난 일이다. 금강공원을 지나 오는데, 주차장에서 공원으로 이어지는 육교에서 어떤 할머니가 현수막을 들고 씨름하고 계셨다. '할머니가 현수막을 철거하실 리도 없고...' 이상하게 생각하며 지나가고 있는데, 할머니가 손짓하여 부르시는 것이었다. 얘기를 들어 보니 육교 위에 설치되어 있던 현수막 한 쪽 끝이 떨어져서 아래 차들이 피해가고 있었다고 한다. 아마 어제 비바람 때문에 현수막이 떨어졌나 보다. 그래서 할머니 혼자 그것을 들어 올리시느라 고생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래서 옆에서 거들어 드렸다. 한쪽 끝을 그냥 묶었는데, 할머니 말씀 "풀어지지 않게 꽉 묶어." 그래서 한 번 더 묶었다. 나는 거들어 드..
서머셋 모옴의 '인간의 굴레'('인생의 굴레'인가? 잘 기억나지 않음)라는 소설의 결말은 '결말을 몰라도 된다'는 것이다. 꼭 아름다운 결말을 내야 좋은 인생이 아니라는 말. 물론 모옴의 소설은 대단한 철학을 다룬다기 보다는 흥미 위주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모옴의 주장도 그냥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새겨 들어야 한다. 오늘 아침 잡지 글을 읽다가 '결말을 보고 싶어 하는' 나를 돌아보고 갑자기 모옴의 소설이 떠올랐다. 우리는 결말을 보는 데 너무 익숙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