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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지난해 11월,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국내 학회에 논문을 투고했다. 논문 분량은 얼마 되지 않지만, 나름대로 아이디어도 있고 결과도 있는 논문이었다. 심사 기간이 꽤 걸렸다. 세 달 정도 심사에 소요되었지만, 이런 경우는 흔한 일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세 달 정도 후에 나온 심사 결과, 좋은 결과가 나왔다. 모든 심사위원이 게재 가능이라고 심사하였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어떤 편집위원의 어깃장은 시작되었다. 심사 결과는 잘 나왔지만, 논문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지금 상태로는 게재하기 어려우니 제목을 바꾸고 논문의 일부 내용을 변경하라고 요구하였다. 편집위원의 판단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심사서를 통해 이런 요구를 한 것도 아니고 답변서를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
옛날에 마음씨 착한 농부가 있었는데, 하루는 논 석 냥을 들고 마을 장에 가고 있었어. 돈 석 냥은 당시에 꽤 큰 돈이었지. 그런데 갑자기 농부 앞에 도깨비가 나타난거야. 말 그대로 낮도깨비였지. 도깨비는 급하게 쓸 데가 있다면서 돈 석 냥만 빌려달라고 사정사정을 하더래. 내일이 되면 꼭 갚겠다고 말이야. 도깨비가 돈을 빌려달라니 황당하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해서 이 농부는 돈을 빌려줬어. 그리고 하릴없이 집으로 돌아왔지. 다음날 어제 그 도깨비가 농부에게 나타나서 돈 석 냥을 주더라는 거야. 아주 고맙다는 말과 더불어 말이야. 문제는 그 다음날이었어. 도깨비가 건망증이 있었는지 그 다음날에도 또 나타났어. 농부는 어제 갚았다고 했지만 도깨비는 완강하게 아니라고 하면서, 나중에는 화를 내는 것 아니겠어? ..
옛날 이생원이란 사람이 있었대. 그 사람은 마음씨가 무척 착한 사람이었대. 비가 오던 어느날 개울가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개울 물이 불어나서 개울 옆에 있는 개미집에 홍수가 날 지경이었다지. 알다시피 개미집은 땅 속으로 나 있잖아. 개미집에 물이 들어가면 모두 죽을 지경이지 뭐야. 그래서 착한 이생원이 개울 옆에 방죽을 쌓아서 개미들을 구해줬어. 그리고 흐뭇해서 집으로 갔는데, 어느날부터인가 이생원집 마당 한 구석에 쌀이 한톨씩 쌓이는 것이 아니겠어? 그러다가 너무 많이 쌓여서 마당 한 구석이 모두 쌀 무더기가 되었지. 그런데 그 쌀이 옆 집 쌀이었는지 옆 집 쌀은 점점 없어졌어. 그래서 옆 집 사람이 이생원을 관가에 고발했지. 관가에서 사태의 원인을 조사했더니 개미가 쌀을 옮긴 거였어. 관가에서는 선한..
스페인 말로 '여인숙'이라는 뜻이다. 미국으로 불법 입국해 오는 아이들에게 포사다를 제공하기는 커녕 탄압하는 현실을 비판하는 영화를 봤다. 이민자가 세운 이민자의 나라건만, 공권력을 앞세운 무자비함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는다. 물론 이에 반발하여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만든 영화다. 그러나 현실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불법 입국자 중 한 사람은 이민국 사람들을 '게시타포'같다고 표현했다. 평화속에 존재하는 '게시타포'! 무엇이 인권인가? 우리나라에도 이주 노동자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인간으로 대접받고 있는지 문득 자문해 본다. 인권이란 '인간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라고 생각한다.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보안'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경우에는 '국가'란 이름으로 이들을 몰아 세우고..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글을 써야지.' 생각하면서도 막상 실천에 옮기기는 어렵다. 뭐가 그렇게 바쁜지,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쁜 것 같다. 아이들 학교에 신경쓰는 일도 우리나라보다 많은 것 같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도 많고, 방과후 운동이라도 한두 개 하려면 일일이 차로 데려다 줘야 한다. 어제는 초등학교에서 컨퍼런스가 있다고 해서 다녀 왔다. 컨퍼런스라고 하면 무슨 학술대회인가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사실은 그냥 면담시간이다. 담임 선생님과 부모가 만나서 우리 애가 잘 하고 있는지 아닌지 면담을 하는 것이다. 중학교부터는 담임 선생님이 없기 때문에 컨퍼런스를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초등학교에는 컨퍼런스가 필수인 것 같다. 컨퍼런스 기간 동안에는 아이들도 일찍 하교한다. 평소엔 오후 3시..
“아니오. 나는 충분히 입양아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 아픔을 아이에게 주고 싶지 않습니다. 보통사람은 입양할 수 있지만, 입양된 사람은 입양을 하기 어렵습니다. 많이 어렵지요.” 어렸을 때, 벨기에로 입양된 신성호라는 사람의 말이다. 그가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 나로서는 짐작하기 힘들다. 그러나 위 말을 듣고 나니 그 고통의 크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살아야 한다. 그래야 나를 말할 수 있고, 나를 표현할 수 있다.
블로그로 일기를 써 볼려고 시도했었다. 하필 그 때, 네트워크가 끊겨 있는 것 아닌가! YouFree와 같은 플랫폼, 설치형 블로그가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다.
12월 31일 오전 5:45분. 우리나라 시각으로는 12월 31일 오후 10:45분이 된다. 잠시 후면 우리나라 시각으로는 2009년 새해가 되지만 여기는 아직 2008년에 머무르게 된다. 물론 17시간 동안이지만... 특이한 경험을 하다 보니 지난 한 해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많은 것을 결심하지도 않았는데 이룬 것도 거의 없다. 해가 바뀔수록 조바심 때문인지 이루지 못한 것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많은 일을 경험했고 많이 배웠다. 세월이 흐를수록 사람들에 대해 그리움이 커지는 것 같다. 나와 같이 생활했던 사람들, 그 사람들과의 추억을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다면 그 추억은 내 안에 살아있는 것이 아닐까? 연말의 소란스러움 속에서 한 해를 추억할 수 있다면, 지난 삶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날 ..